[사설] 정치 무능력 국가된 이탈리아의 사례

입력 2016-12-06 17:22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엊그제 국민투표에서 헌법 개정안이 부결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국민투표에선 전체 투표자의 59.11%가 개헌에 반대했다. 당장 주요 이탈리아 은행 8곳의 파산이 우려되고 있다. 유로화가 급락해 ‘유로달러 패리티(등가)’ 시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탈리아발 위기감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무엇보다 의회개혁과 규제혁파가 관건이었다. 315명의 상원 의원을 100명으로 축소하는 방안과 지방 정부가 가지는 규제 권한의 절반을 중앙으로 집중시키는 개헌안들은 부결됐다. 이탈리아는 의원들이 활동하는 정당만 40개가 넘는, 그야말로 정당 공화국이다. 상하원을 합치면 의원 수는 무려 945명에 이른다. 의원 간 갈등과 싸움은 난마처럼 얽혀 왜 싸우는지조차 잊는다는 실정이다. 갈등은 국회를 마비시켜 중요 의안들은 지연되기 일쑤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까지 규제 권력으로 가세해 해외 투자가 지연되고 농업개혁이나 교육개혁도 지지부진하다. 은행의 불량채권이 문제가 되면서 이를 해소하는 제도개혁을 추진했지만 역시 의회가 가로막고 말았다.

렌치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개헌을 통해 지방과 의회의 권력 축소를 추진했지만 실패하고 만 것이다. 자칫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중앙 권력의 독재를 강화한다는 게 반대측의 논리였다. 지역 분열이 다른 어느 때보다 컸다는 점도 이번 국민투표의 특징이었다.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지역색이 강한 남부 이탈리아에서는 반대가, 피렌체 등 중북부 상공업 지역에선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역색의 문제도 불거진 꼴이다. 남부 지역은 전통적으로 지자체의 입김이 강하다. 렌치 정권이 계획한 개혁 노선은 중단됐다. 이탈리아의 의회 권력은 각 정파 간 갈등을 강화하면서 의사무결정 상태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도 거의 비슷한 정도로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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