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욤 뮈소의 동명소설 영화화
강한 캐릭터서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
흥행보다 예술성 높은 작품 남기고파
[ 유재혁 기자 ] 영화 ‘추격자’ ‘황해’‘타짜’ 등에서 강한 캐릭터로 각인된 김윤석(48·사진)이 부드러운 남성으로 변신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판타지멜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에서 실패한 사랑을 복원하기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 수현 역을 했다.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세계 최초로 옮긴 이 영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알약 열 개를 얻은 수현이 30년 전의 자신(변요한 분)과 만나 평생 후회한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는 이야기다. 6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매일 짜장면만 먹을 순 없고, 때로는 육개장도 먹고 싶잖아요. 멜로란 장르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멜로 하면 뭔가 좀 힘이 없고 유들유들한 느낌인데, 이 작품은 담백하고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울고불고하는 것도 없었고요. 일상생활을 하는 중년 남성 역이란 배역에도 끌렸습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기승전결이 적절하게 배치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른바 ‘타임슬립’(시간을 건너뛰는 설정)물인데, 과거로 돌아가 타인이 아니라 자기를 만나는 설정이 흥미롭다. 게다가 수현은 과거의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다.
“부모가 자식에게서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면 속상하다고 합니다. 청년 수현의 우유부단함과 여린 면모는 바로 자신의 모습이니까 화가 난 거지요. 청년은 의사가 아니라 레지던트인 데다 나약하고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예요. 이 친구의 미래가 바로 자신이니까, 게다가 곧 비극이 닥칠 것을 아니까 안쓰러운 거죠.”
그는 젊은 수현 역을 맡은 변요한과의 연기 호흡이 좋았다며 흡족해했다. 자신만만하게 자기를 던지는, 어느 정도 계산된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내뿜는 에너지가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10개관에서 연 일반 시사회 평가에서 5점 만점에 4.4점을 받았습니다. 제 출연작 중 최고예요. 호평을 받은 ‘완득이’는 4.38이었어요. 완성작을 보니 타임슬립 기교를 과하게 부리지 않고 절제한 연출이 마음에 듭니다.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이 큰 영화를 남기고 싶어져요.”
극 중 수현은 잘못된 과거를 바꿀 경우 현재의 사랑하는 딸이 사라질 수 있는 문제를 극복해야만 한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실의 김윤석은 어떨까. “과거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애초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아내와 두 딸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아요. 하하.”
스릴러나 드라마 장르를 많이 하다가 뒤늦게 멜로 연기를 한 데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멜로란 마음으로 대결해야 하는 장르니까 세밀한 감성을 건드려야 합니다. 남성은 중년에 오히려 더 감성적으로 변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종종 우니까요.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K팝 스타’에서 영혼으로 노래를 부르는 출연자를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어요. 앞으로도 좋은 멜로가 나오면 꾸준히 출연할 계획입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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