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탈퇴…전경련 운명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싱크탱크로 바뀌어야"
[ 장창민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1961년 설립돼 ‘재계 맏형’을 자처한 지 55년 만이다. 박근혜 정권의 요구에 따라 주요 기업에서 774억원을 거둬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수금창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전경련은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공식화해서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탈퇴를 언급한 것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이 종용한 탓이 크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 초반만 해도 “전경련에 기부금을 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 의원이 연이어 다그치자 포기하듯 “탈퇴하겠다”고 했다. 최 회장과 구 회장도 마찬가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경련 탈퇴 여부를 재차 묻자 “의사가 있긴 하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총수들에게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면 손을 들어달라”고 요구했을 때는 총수 9명 가운데 정몽구 구본무 신동빈 김승연 조양호 회장 등 5명이 손을 들기도 했다. 구 회장은 “전경련은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수들이 탈퇴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은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로 낙인 찍힌 이유도 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전경련이 재계에 도움이 아니라 부담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대 변화에 맞는 전경련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고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주요 그룹들도 전경련에 점차 거리를 두거나 추가 탈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각에선 해체보다는 변신을 통해 새로운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기회에 조직을 쇄신하고 시대 변화에 맞게 기능과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름부터 바꾸고 활동 방식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 기업이 미처 하지 못하는 미래나 국제 정세에 대한 연구 기능을 확대해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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