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기업환경 만들어 놓고 해외투자 타박, 말이 되나

입력 2016-12-07 17:21   수정 2016-12-08 05:24

그제 열린 기업 총수 국회 청문회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 대기업이 외국에 투자한 돈의 3분의 1만 한국으로 옮기면 취업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년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는데 임금이 높아서 혹은 노사관계가 좋지 않아서 채용을 못 하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올인’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많이 하면서 청년 실업이 심각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가 지적한 청년 실업 원인은 물론 해법 모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 실업 증가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성장 둔화, 대졸 인원의 증가, 구직자의 눈높이 변화, 기업들의 해외투자 증가 등이 모두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마치 해외 투자가 주된 원인인 것처럼 지목한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국내 기업 환경이다. 공장 하나 지으려 해도 수백개에 달하는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조, 노동 경직성으로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돼 버렸다. 경제민주화, 동반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툭하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거미줄 같은 규제를 양산해낸다. 반기업 정서가 사회에 만연하고 기업인을 범죄인처럼 취급하기 일쑤다.

게다가 미국을 위시한 대다수 국가가 법인세율을 내리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을 유치하려 드는 마당에 정치권은 툭하면 법인세율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기업을 협박한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기업 하고 싶겠나. 지난 5년간 미국으로 유턴한 기업 수만 700개나 되고 매년 6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아디다스는 24년 만에 독일에 공장을 짓고 있다. 반면 한국의 유턴 기업수는 2013년 37곳에서 올해는 5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기업은 한 곳도 없다.

이처럼 ‘최악’의 환경을 만들어 놓고 기업들만 타박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게다가 이익 창출이 목적인 기업에 “임금이나 노사관계를 따지지 말고 채용하라”는 게 말이 되나. 국회의원들은 기업을 자선단체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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