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고·전략에 대한 기대 커
정부 출범 초기 새 관계 구축해야"
유병규 < 산업연구원장 >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가 추진할 경제정책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기는 서울이나 미국의 정치·행정 중심지인 워싱턴DC나 별 차이가 없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미국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변화에 의욕과 기대도 넘치고 있다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던 대다수 미국 주요 연구진은 트럼프 경제정책의 실현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성과에 대해서도 비관적 견해 일색이다. 우선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체계성과 명확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트럼프가 강력히 주장했던 주요 정책방안들도 실제로는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긴다.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하면서 조세를 대폭 삭감하면 미국은 재정파탄이 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큰 폭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쉽지 않다고 본다. 특정 국가에 관세를 크게 올리는 것은 초법적인 데다 이 여파로 미국 소비자들은 소비후생이 떨어지고 대중(對中) 교역이 악화되면 미국 내 대량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한다. 재정적자 증가와 통상마찰 심화는 결국 미국의 경제성장에도 도움을 주지 않을 것으로 걱정한다. 정부 초기에는 투자증가 등으로 경기가 반짝 살아나는 듯하겠지만 2, 3년 뒤부터는 오히려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견해 이상으로 앞으로 변화할 미국에 거는 크나큰 희망과 바람이 워싱턴DC 내 일부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이의 중심에는 선거에 질 것으로 여기고 절망했던 보수성향의 연구소들이 존재한다. 지금 미국은 불확실성이 높은 것이 아니라 변화를 통한 새로운 기회가 넘치게 됐다고 평가한다. 혼란스럽게 여기는 것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주어진 틀 속에서만 생각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고정된 체제 속에서 실천하지 못한 새로운 사고와 전략을 창출하는 것이 트럼프 정책의 지향점이라는 생각이다.
우선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큰 정부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이제 미국 정부는 그간 소홀히 하던 미국 내 소외계층과 산업들을 돌봐야 할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중국을 경계하는 정책도 괜한 일이 아니라 그동안 묵과하던 중국의 불법행위와 불공정 거래관행을 끊겠다는 의도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체결한 지 너무 오래돼 수정할 때가 됐다고 본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역시 고용효과가 제한된 재정 중심의 자본집약적인 대형공사 위주에서 벗어나 민간투자를 유도하고 지식집약적 부문에 공을 들이겠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기이한 언행을 한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서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미국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기업들 그리고 정책연구소들이 충분히 교육하고 협의해 올바른 정책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이번 공화당 정부는 적어도 8년 정권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DC 내 전문가들의 입장과 기대가 이렇게 엇갈리지만 한국 경제에 주는 한 가지 분명한 시사점이 있다. 앞으로 미국이 자국 기업의 이익과 근로자들의 고용 증대를 위해 한국의 대미 교역 기업들에 감시와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한·미 관계를 설정하는 데 트럼프 정책을 구체화하는 정부 출범 후 100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이 기간에 한·미 경제관계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교정하고 상품교역을 포함해 더욱 다양한 새로운 한·미 경제협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병규 < 산업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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