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롯데 복합쇼핑몰 인허가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서울시 공무원이 상당수입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간….” 기자와 만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30일 열린 ‘상암동 복합쇼핑몰 상생협력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망원시장 상인 및 시민단체가 상생협력과 쇼핑몰 인허가를 병행하자는 중재안을 거부해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본지 12월6일자 A1, 19면 참조
중재안은 인허가 담당부서인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냈다. 중재안을 제시하자마자 상인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자문을 맡은 교수와 시민단체 소속 민간 위원들도 ‘불가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지 보도 직후 서울시는 긴급 설명자료를 배포해 ‘상생협력과 도시계획 인허가 절차를 병행하자는 의견이 논의되긴 했으나 이는 일부 의견일 뿐 서울시의 공식·최종 중재안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허가 부서가 공식 석상에서 한 제안을 ‘일부 의견’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이다. 도시계획국뿐 아니라 소상공인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도 사석에서 복합쇼핑몰 인허가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상인·시민단체 등의 기세에 눌려 이런 얘기를 꺼내기가 어렵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중재안을 낸 서울시 도시계획국 측은 “욕을 먹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 공무원들의 얘기를 듣지 않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박 시장은 시민단체 및 일부 교수로 구성된 ‘외곽 세력’의 조언에만 귀를 기울인다는 후문이다.
서울시 직원들은 ‘정치인 박원순’ 앞에서 ‘영혼 없는 공무원’ 신세가 됐다.
각종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 그 피해를 기업과 시민이 떠안고 있다. 박 시장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을 서울시에선 찾기 힘든 걸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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