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조' 청문회] 십자포화 맞은 '왕실장' 김기춘

입력 2016-12-07 17:41  

책임 추궁엔 "죄송하다" 각종 의혹엔 "아니다, 난 모른다"

"박 대통령 머리 손질 몰랐다"
최순실 모른다고 잡아떼다 "이름은 들어봐" 말바꿔 논란



[ 유승호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7일 2차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증인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에 근무할 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왕실장’으로 불렸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비서실장으로 박근혜 대통령 ‘7시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잘 모른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청와대에 있었다고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의료 진료를 받았냐”는 질문에도 “공식적인 일은 알고 있지만 청와대 관저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오전 10시 사고 관련 첫 보고를 받은 뒤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그 사이 7시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의 답변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공식적인 일은 알지만 관저에서 일어난 일은 모른다고 했는데 이는 대통령이 사사로운 일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추궁했다. 김 전 실장은 “관저에서 일을 보다가 머리를 어쩐다든지 화장실을 간다든지 하는 것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미용사를 관저로 불러 머리를 손질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8월 사망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대해서도 부인으로 일관했다. 비망록엔 김 전 실장이 세월호 희생자 시신을 인양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며 보수 시민단체를 통해 야당 국회의원을 고발토록 했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 가미되리라 생각한다”며 “그런 생각을 가진 적도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나도 자식이 죽어 있는데 인양을 하지 말라고 했겠냐”고 했다.

자신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배후라는 의혹도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을 알았다면 통화라도 한번 하지 않았겠냐”고 항변했다. 위증 논란도 제기됐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말)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갖고 온 보고서(정윤회 문건)에 최순실은 없었다”며 “그래서 (최순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그 문건을 갖고 있는데 첫 문장에 최태민 5녀 최순실이라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이 “착각했다”고 해명하자 박 의원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박 의원이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최씨가 언급되는 영상을 보여주자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이란 이름은 못 들었다 말할 수 없으나 최순실을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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