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리우 포기 압력 딛고 재기 발판 마련한 '마린보이'
[ 최진석 기자 ] ‘마린보이’ 박태환(27)이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선수의 첫 금메달이다.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징계를 받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까지 좌절될 뻔했던 박태환은 갖은 고난을 이겨내고 전성기 기량을 되찾고 있다. 그는 최근 리우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서 부당한 압력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금지약물 투여가 최순실과 관련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태환은 7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첫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34초59를 기록해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크라스니크(3분35초30)를 0.71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쇼트코스는 올림픽 규격 50m의 절반인 25m 길이 경기장에서 치르는 대회다. 박태환은 프랑스의 야닉 아넬이 2012년 세운 세계기록(3분32초2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07년 경기고 3학년 시절 자신이 작성한 최고 기록(3분36초68)을 갈아치웠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올 시즌 세계랭킹 1위에 해당한다.
박태환이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것은 2006년 4월 중국 상하이 대회 이후 10년8개월 만이다. 이번에 우승한 박태환은 롱코스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 이어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첫 금메달 및 메달을 획득한 선수로 한국 수영 역사를 새로 썼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FINA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이 징계를 이유로 그의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했다. 박태환은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승소한 끝에 올림픽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훈련 부족 탓에 예선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최근에는 금지약물 사건이 최순실과 관련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태환이 자신도 모르게 금지약물 ‘네비도’ 주사를 맞은 것과 최순실이 관련 있는지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요청한 것. 최순실이 딸 정유라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만들기 위해 경쟁자인 박태환, 김연아를 견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신감을 회복한 박태환은 8일 자유형 200m에서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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