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파업…철도노조, 72일만에 '백기'

입력 2016-12-07 17:52  

철도노사, 파업철회 합의
총액 3% 임금인상 타결
이르면 오늘부터 운행 정상화

최순실 사태로 주목 못 받고
조합원 임금손실 부담 느껴



[ 백승현 / 심은지 기자 ] 코레일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7일 파업사태 해결에 전격 합의했다. 지난 9월27일 파업에 들어간 이후 72일 만이다. 7일 기준 81.5%에 머물렀던 열차 운행은 이르면 8일 정상화될 예정이다.

코레일은 이날 “노사가 6~7일 집중교섭을 벌인 결과 조속한 시일 안에 철도안전 확보와 열차운행 정상화를 위해 파업 사태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서와 2016년도 임금협약안(총액 3% 인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합의는 ‘더 이상 파업을 연장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 실익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코레일의 설명이다. 코레일로서는 하루 14억여원씩 손실이 쌓여가고, 노조도 파업 이후 20여차례의 협상 과정에서 사측이 정부의 허락 없이 독자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막바지에 몰린 임금협상 시한도 노사 합의의 실마리가 됐다. 코레일 노사의 임금협상이 이달 중순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도 임금인상분과 파업으로 지급되지 않은 인건비 재원(125억원)은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멀어진 것이 사태 해결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로서는 파업 기간에 발생한 조합원 임금 손실이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탄핵안 표결 이후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가 재검토될 것이라는 기대와 성과연봉제 이사회 의결에 대해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파업 효과가 크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정당한 쟁의행위로 역대 최장기 파업을 진행했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마비로 표류해왔다”며 “노사합의서는 조합의 민주적 절차와 판단에 따라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향후 법원의 가처분 소송 결과와 사측의 노사합의 준수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쟁의권은 발동될 수 있다”며 “파업 철회가 아니라 전술을 전환하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8일 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종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한편 코레일은 이번 합의 과정에서 10월 발표한 ‘통합직렬직 채용’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직렬직은 기존 방식대로 사무·기술직으로 구분해 채용하지 않고 입사 이후 직렬을 오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홍순만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코레일은 여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 양성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철도노조는 장기적으로 노조를 무력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백승현/심은지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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