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에스아이티에 '대기업 DNA' 이식, 몸값 두배로

입력 2016-12-07 18:26   수정 2016-12-13 16:56

사모펀드의 경영 노하우 탐구 (8) IT 부문 투자 최강자 스카이레이크

주먹구구 시스템 개혁
2년에 걸쳐 PMS·ERP 도입
핵심 데이터 전사적 공유 이끌어

글로벌 진출 발판 마련
GM 공장 자동화 수주로 성과
삼성 중국 시안공장 사업도 성공



[ 김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7일 오전 6시11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는 2013년 2월 공장 유틸리티(냉·난방 공조 및 용수·폐수·전기)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에스아이티를 인수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이 회사를 683억원에 인수, 2015년 9월 한화그룹에 팔아 총 1235억원을 거둬들였다. 2년 반 만에 약 1.8배 몸값을 받는 회사로 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기업식 경영 시스템을 이식해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린 ‘바이아웃 거래의 정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에스아이티, 리더십 위기에 매물로

에스아이티는 공장설비 기업 SFA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조영기 전 대표와 6명의 동료가 2001년 창업한 회사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의 유틸리티 센서신호제어기(PCL) 프로젝트를 속속 수주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매각 직전인 2012년에는 매출 606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창업진이 그리는 미래는 달랐다. 일부가 지분을 매각하고 은퇴하기를 원하면서 경영 리더십에 분열 조짐이 나타났다.

스카이레이크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파고들었다. 회사 통매각을 제안했다. 지분을 나눠 갖고 있던 창업주들의 동의를 모두 받기까지 3개월여가 걸렸다. 애써 일군 회사를 놓기 원하지 않은 창업주에게는 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소수 지분(8%)을 배정하고 사업부장 자리를 맡겼다.

◆ERP·PMS 도입해 경영 업그레이드

세계 1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도약기(1990년대)를 이끈 최고경영자(CEO) 출신 진 회장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는 에스아이티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파트너였다.

스카이레이크는 에스아이티가 삼성 반도체 PCL의 독점 공급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에스아이티 인수 후 펀드 창립멤버이자 당시 운용역으로 일하던 이강석 현 KCTL 대표를 CEO로, 김인겸 현 우진기전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CFO)으로 투입했다.

새 경영진이 진단한 PCL 사업의 핵심은 데이터였다. 수집된 데이터는 각 공장 라인의 오류 발생 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 하지만 기존 데이터관리 시스템은 부실했다. 데이터를 각 라인 유지보수 담당자의 개인 PC에 저장하고 있었다.

즉각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 도입에 착수했다. 엔지니어 개개인이 관리하던 데이터를 전사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을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강석 전 대표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수억원의 투자비용이 드는 ERP와 PMS 도입을 꺼려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연구소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도 새 경영진의 몫이었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던 메커트로닉스(자동화 로봇) 연구를 접었다. 대신 기존 반도체 PCL 설비를 넘어 공장자동화(FA) 설비 소프트웨어 사업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출발은 자동차공장 FA 분야였다.

◆회사 미래를 생각하는 전략적 매각

에스아이티는 제너럴모터스(GM)의 공장 자동화 설비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아커와 코오롱 합작사의 수처리 분야 소프트웨어 파트너로 선정돼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발판도 마련했다.

기존 PCL 사업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2014년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와의 경쟁 끝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를 따냈다. 진 회장도 이 전 대표의 중국 출장길에 수차례 동행하며 힘을 보탰다. 이 전 대표는 “당시는 에스아이티가 삼성의 1차 협력사로 남느냐, 2~3차 협력사로 떨어지느냐를 결정하는 기로였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경영 개선은 성공적인 회사 매각으로 이어졌다. 에스아이티 인수에 여러 PEF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스카이레이크는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선정했다. 플랜트분야 투자를 늘려가던 한화를 최적의 전략적 투자자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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