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고속철 SRT 9일 개통
차별화된 서비스 앞세워 경기 남부권 고객 유치
광명역 '이유있는 변신'
SRT 가격 할인 공세에 코레일, 마일리지 제도로 반격
광명역~사당역 셔틀버스 운행
'프리미엄 라운지'도 마련
[ 심은지 / 백승현 기자 ] 수서발(發) 고속철도 SRT가 8일 개통식을 하고 9일 운행에 들어간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을 출발해 경기 화성시 동탄역과 평택시 지제역을 거쳐 경부·호남고속철도와 만나는 코스를 달린다. 동시에 117년간 코레일의 독점 체제였던 철도 시장에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
SRT 운영사 (주)SR은 운임을 KTX보다 평균 10% 싸게 책정했다. 운행 중단 땐 최대 10% 배상금을 주고 출발 5분 안에는 온라인 반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코레일은 비상이 걸렸다.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마일리지와 배상금제도를 도입하고 객실 편의장치도 늘리기로 했다. 두 회사의 무한경쟁이 고속철 운영사의 체질 개선과 고객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레일 “SRT에 고객 뺏길라”
7일 찾은 KTX 광명역 동편에선 버스 정류장을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다음달부터 서울지하철 2·4호선 사당역과 광명역을 오갈 셔틀버스가 정차할 곳이다. 완공되면 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5분 안에 KTX 승강장까지 도착할 수 있다. 셔틀버스 승객들은 100㎡ 규모의 ‘프리미엄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황국정 광명역장은 “계단 위치까지 하나하나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명역이 12년 만에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KTX의 경쟁자 SRT 등장이 가져온 변화다. 2004년 4월 문을 연 광명역은 고속철도 시·종착역으로 설계됐다. 국비 4000억원을 들였지만 승객들은 접근성과 편의성이 뛰어난 다른 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루 10만명이 이용하도록 지어졌지만 초기엔 하루 5800여명(2004년)만 찾았다. 지금도 하루 평균 이용객이 2만2900여명(올 상반기)에 그쳐 ‘4000억원짜리 간이역’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코레일은 SRT 출발역인 수서역에 경기 남부권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광명역을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있다. 사당역과 광명역을 잇는 직통 셔틀버스를 5~10분 간격으로 운행키로 했다. 이 버스를 타면 사당역에서 광명역까지 20분 만에 갈 수 있다. 3000여대를 세울 수 있는 대형 주차빌딩과 대규모 도심공항터미널도 지을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코레일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엔 SRT 운행이 철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SR이 운행하는 차량이 코레일의 6%에 불과한 데다 코레일이 SR의 지분 41%를 가진 모회사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SR이 ‘효율성과 고객 만족’을 무기로 코레일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그리면서 철도 시장이 180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KTX 열차지연 배상제도 도입
가격 경쟁이 대표적이다. SR은 코레일보다 평균 10% 싼 운임료로 경쟁에 불을 붙였다. SRT 운임은 서울~부산이 5만2600원으로 KTX(5만9800원)보다 12% 낮다. 코레일은 마일리지제도로 반격했다. KTX 결제금액의 5%를 마일리지로 적립해 주고 ‘더블 적립 열차’로 지정한 차량은 5%를 추가 제공토록 했다. 총 10%를 적립금으로 돌려받도록 해 요금 10% 할인 효과를 노렸다. SRT가 각종 특가 상품을 내놓자 코레일은 인터넷 특가 할인율을 기존 5~20%에서 10~30%로 확대했다.
코레일과 SRT 경쟁에 승객들은 신바람이 났다. KTX와 SRT를 합친 고속철도 운행 횟수는 기존 왕복 262회에서 332회로 27% 늘어난다. 경부선 KTX는 서울역, 호남선은 용산역에서만 탈 수 있다는 공식도 깨졌다. 코레일은 고객 편의를 위해 서울역에 호남선 KTX를, 용산역에 경부선 KTX를 왕복 24회씩 신설했다.
SR이 열차 운행 중단 때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하자 코레일도 이달부터 배상금을 주기로 했다.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 전액 환불은 물론 운임의 최대 10%를 배상할 계획이다. SRT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승무원을 호출할 수 있고 열차가 출발하거나 도착할 때 알림메시지를 받는다. 전 좌석에 전원 콘센트가 설치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충전할 수 있다. 이에 코레일도 일부 좌석에만 있던 전원 콘센트를 연말까지 모든 열차에 설치하기로 했다. SR 관계자는 “서울·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곤 KTX와 노선이 겹치기 때문에 무한경쟁을 벌이게 됐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심은지/백승현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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