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화물 외국선사에 뺏기고 운임 80% 폭등

입력 2016-12-08 17:42   수정 2016-12-09 09:21

한진해운 법정관리 100일 - 쓰러지는 해운강국 (1) 모조리 빗나간 정부 전망

조각퍼즐 맞추다 큰그림 놓쳐
'해운산업'보다 금융논리 우선…우량자산 외국 선사에 넘겨줘

"화물이탈 방지" 호언장담 했지만 현대상선 물량까지 되레 줄어
외국 선사만 배불려 준 꼴…운임 폭등에 중소 화주들 '몸살'



[ 정지은 기자 ]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9일로 100일을 맞는다. 정부는 당시 국내 1위, 세계 7위 한진해운의 공백을 현대상선이 메울 수 있다고 봤지만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부산항의 환적화물 이탈을 막겠다던 계획도 말잔치로 흐르고 있다. 시끄럽던 물류대란은 일단락됐지만 한국 해운의 해외 신인도는 주저앉은 지 오래다. 정부가 남발한 ‘장밋빛 전망’과 한국 해운업의 현실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뿔뿔이 흩어진 한진해운 자산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이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을 세계 5위 해운사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한진해운 자산은 뿔뿔이 흩어졌다. 현대상선은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을 인수했지만 미주~아시아노선은 컨테이너선 운영 경험이 없는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인수했다.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서부 롱비치터미널도 운영 주도권을 세계 2위 해운사 MSC가 쥘 가능성이 높다. 롱비치터미널은 원래 한진해운이 54%, MSC가 46%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상선은 MSC와 공동으로 한진해운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MSC가 한진해운 지분 54% 중 5% 이상을 인수해 경영권을 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석좌교수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한국 해운업 발전에 대한 고민 없이 금융논리로만 결정된 게 문제”라며 “정부가 큰 그림을 그렸다면 그림에 맞는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외국 선사 화물 이탈 가속화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부산항의 환적화물도 급감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부산항 환적화물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5% 감소했다. 9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물동량 감소가 심해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당초 인센티브를 제공해 환적화물 이탈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한진해운이 빠진 자리를 메우기는 쉽지 않다.

줄어든 한진해운 화물도 대부분 외국 선사가 흡수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상선의 아시아~미국 노선(미주노선) 시장 점유율은 3.87%였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인 8월(3.15%) 대비 0.7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당시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점유율이 7.62%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진해운 물량 대부분을 외국계 해운사가 가져간 것이다. 한진해운 물동량 대부분을 현대상선이 흡수할 것이란 정부 예측은 빗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원하는 때 물량을 실어 보내야 하는 화주 입장에선 점유율이 낮은 현대상선에 물건을 맡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중소 화주들의 피해도 확산됐다. 지난달 초 아시아~미국 서부 노선 운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상승했다. 정부는 당초 대체 선박을 투입해 운임 상승을 억제하겠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세계 5위 해운사 육성 전략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세계 13위에 그친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 해운업이 다시 세계 10위권에 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발전 방안을 실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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