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현지 유통업체와 계약…매장없는 지역에 중기제품 수출
경천식품 김, 베트남 '국민반찬'…제주감귤주스는 몽골서 인기
유통사 첫 전문무역상사 지정…"중기제품 수출 두 배 늘릴 것"
[ 이민하 기자 ]
2011년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그룹 임원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해 초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다. 사고 여파로 식품 안전성이 사회적인 문제로 번진 상황이었다.
이온그룹에는 비상이 걸렸다. 인접한 한국의 식료품을 수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온그룹 임원들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마트 본사로 직행했다.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던 이마트에는 해외 진출의 전환점이 된 계기였다. 이후 이마트는 자체 매장이 없는 지역에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수출하는 무역상사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홍콩 등 10개국 시장개척
이갑수 이마트 사장이 8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94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이마트는 국내 중소기업 협력사들과 해외 시장 동반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1만2000여개 중소기업 상품을 직매입, 해외 유통업체나 이마트 점포에 공급하고 있다.
1997년 중국 상하이에 첫 점포를 연 뒤 이마트의 해외 진출 전략은 현지 점포 개점이었다. 현지에 이마트 점포를 낸 뒤 상품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점포 없이는 물건을 공급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사장은 “이마트가 품질을 보장하는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점포 없이도 해외 시장에 바로 공급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며 “전담 인력을 꾸려 해외 사업 전략을 마련했다”고 했다.
첫 수출 물꼬가 터진 것은 2013년이었다. 홍콩 유통업체인 파크앤숍에서 한국 상품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파크앤숍은 한국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걸맞은 상품이 필요했다. 이마트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라면 고추장 등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2013년 33만달러였던 수출액은 올해 2700만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수출국도 미국, 캐나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10개국으로 늘어났다. 점포가 없는 지역에는 현지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밥을 김에 싸먹는 베트남
베트남 가정의 식탁에는 한국 조미김이 올라간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식사 장면처럼 밥을 김에 싸서 먹는 베트남 사람이 늘고 있다. 올해 이마트의 수출 상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광천 시골도시락김’(경천식품)이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이마트 고밥점의 전체 1위 판매 상품이다. 이 사장은 “쌀 문화권인 베트남에서는 김을 먹는 게 상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다양한 식료품이 많지 않은 몽골에서는 제주감귤 주스나 계란과자 등이 고른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각국 소비자의 선호도를 고려한 제품을 개발해 맞춤 상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현지 문화와 한국에 대한 이해도,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다양한 중소기업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中企 수출 두 배씩 늘릴 것”
이마트는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받았다. 중소기업 협력사와 개발한 PB 상품으로 수출 물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 사장은 “국내 2500개 중소기업 협력사를 기반으로 한 상품 구매력과 가격 결정력은 이마트의 최대 경쟁력”이라며 “올해 1만2000종 이상의 소비재 상품을 직매입해 중국,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와 미국 등 북미 지역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규모도 매년 두 배씩 늘려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사장은 “서구권은 프리미엄급 PB 제품군인 ‘피코크’를 확대하고, 동아시아권은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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