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투기세력 보금자리론 이용 차단
디딤돌대출 주택기준 6억→5억이하로 강화
적격대출은 순수고정금리형 비중 높이기로
[ 이태명 기자 ] 정부가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3대 주택 관련 정책대출상품 개편안을 8일 내놨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모기지 상품들로, 내년부터 실수요자인 서민층에 대출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용 체계를 바꿨다. 고소득층과 투기 세력은 원칙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소득요건 등을 깐깐히 제한하기로 했다.
고소득층·투기세력 막는다
정부는 15조원 규모로 공급되는 서민층 내집 마련 대출인 보금자리론 개편에 초점을 맞췄다. 보금자리론은 은행권의 일반 대출보다 1%포인트가량 싼 연 2.5~2.75%의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은 물론 투기 세력도 이 상품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보금자리론 대출의 25%가량을 연 소득 7000만원(부부합산) 이상 소득자가 받았다. 억대 연봉자도 2000여명에 달했다. 또 투기 세력들은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아 2주택자가 되면 기존 주택을 3년 안에 처분해야 하는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이들은 저리 대출로 집을 산 뒤 되팔아 수익을 챙겼다.
정부는 이 때문에 내년부터 보금자리론 신청요건에 소득기준을 신설하기로 했다. 부부합산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대출신청 자격을 줄 방침이다. 대출한도는 3억원으로 제한하고,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주택 가격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춘다. 금융위원회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5억6000만원) 수준으로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투기 대출을 막을 장치도 도입한다. 지금은 1주택자가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아 2주택자가 되더라도 기존 주택을 3년 안에 처분하면 기본금리(연 2.5~2.75%)를 적용한다. 내년부터는 처분 시기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주택의 1년 내 처분을 약정하면 기본금리를 적용하되 2년 이내 처분할 땐 0.2%포인트 가산금리를 부과하고 3년 내 처분 땐 0.4%포인트를 추가할 방침이다.
디딤돌대출 공급 줄어
정책대출 상품 간 중복되는 수요층도 조정된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층을 위한 상품으로 특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출받아 살 수 있는 주택 기준을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집값이 5억원 이하인 경우로 제한했다. 지금은 6억원 이하 집까지 살 수 있다. 디딤돌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중산층 이하’의 대출수요는 보금자리론을 통해 흡수할 계획이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보금자리론에 소득요건이 새로 생겼지만 국내 전체 가구의 80%가량은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인 적격대출은 내년에도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대출금리 체계는 약간 조정된다. 지금은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뒤 5년마다 금리를 재조정하는 대출(금리조정형)이 전체의 50%에 달하는데 앞으로는 순수고정형(만기 때까지 같은 금리 유지) 대출을 늘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매년 금리조정형 대출을 15%포인트씩 줄여 2020년에는 순수고정형 대출을 100%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정책대출 총 공급 규모를 올해보다 3조원 늘어난 44조원으로 정했다. 디딤돌대출은 중소형 아파트의 신규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점 등을 감안해 올해 9조원가량에서 내년 7조6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보금자리론은 올해와 비슷한 15조원을 공급한다. 적격대출은 올해보다 3조원 늘어난 21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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