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포럼 송년회] "소비 줄어 2%대 초·중반 성장…정치혼란 장기화 땐 1%대 추락"

입력 2016-12-08 19:04   수정 2016-12-09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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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국책·민간연구원장 내년 경제 전망

김준경 "내년 3~4월께 추경 편성 불가피"
현정택 "통화스와프로 대외 리스크 대응"
안동현 "스태그플레이션 대비 재정 확대를"
신성환 "금리 상승이 가장 큰 위험 요인"
강인수 "잠재성장률 제고에 역량 모아야"



[ 김주완 기자 ]
이견이 없었다. 모두 한목소리로 ‘저성장’을 우려했다. 국내 대표 국책·민간연구원 원장들은 8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 송년회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2% 초중반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제성장률이 2015년부터 3년 연속 3%를 밑돌아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국내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돼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이런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내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려면 중장기적으로 산업 구조 개혁, 규제 철폐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가 최대 리스크”

정치 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KDI는 내년 경제 성장률을 2.4% 제시했는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며 “너무 확실하지 않아 적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맞은 정치적 요인이 없어도 2%대 중반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다. 김 원장은 “하루빨리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지난 3일 정치권이 400조원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인력 채취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국회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정부가 노동개혁 법안 통과를 전제로 잡은 구직급여(3262억원)와 산재보험급여(1281억원) 예산을 모두 감액했다. 김 원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 하방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1% 후반대로 하락할 수 있다”며 “내년 3~4월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도 “지금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책 일관성을 위해 경제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소비 부진

내수 부진에 대한 걱정도 컸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내년에 경제 구성 요소 중 소비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매년 소비가 2% 정도씩 늘었는데 내년에는 1% 중반에 머물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도 “유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와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소비 여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저출산·고령화가 심해지면서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씀씀이를 줄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가계의 평균 소비 성향이 70% 수준까지 떨어져 있어 단기간에 민간소비가 회복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커지는 대외 불안요인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세계 모든 전문가가 트럼프가 당선되면 재앙이 된다고 했는데 미국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이 미국 경제에는 호재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미국과 중국 ‘빅2’끼리의 충돌이 벌어지면 한국 경제에는 커다란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환율 불안이 걱정이라고 했다. 현 원장은 “거시경제 부양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대외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며 “일본 미국과 통화 스와프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중·일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했다. 안 원장은 “미국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2~3년 뒤 실물 경제는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며 “철강,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한국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동력을 키워야”

국책·민간연구원장들은 성장잠재력 확충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최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기업의 저생산성 극복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 기업들은 각종 규제로 시장 진입과 퇴출이 원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를 맡고 있는 공무원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관련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강 원장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들이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며 “저성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154회

한경밀레니엄포럼은 2000년 10월26일 발족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금융계·학계·연구계 인사, 법무 및 회계법인 대표 등 1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 포럼’이다. 그동안 총 154회 열렸다. 한 해 평균 10회가량 열린 셈이다.

김주완/심성미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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