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에서 사진 찍겠다고 유인하고 '스폰서' 제의도
아마추어 사진사들 "일부 변태 때문에 우리도 피해"
“사진이 너무 임팩트가 없네. 가슴이 좀 보이게 옷을 내려줘요.”
모델 지망생 박모씨(24)는 지난달 한 카페에서 사진 모델 아르바이트를 나섰다가 사진사의 이 같은 갑작스런 요구에 당황했다. 출사 모델 아르바이트에 나오기 전에 들었던 ‘사진 컨셉’과는 거리가 멀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나쁜 뜻은 없을거야’라고 생각하고 요청에 응했다. 그러자 사진사는 한 발 더 나갔다. “속옷을 벗고 핑크색 털옷만 입으라”는 요구에 박씨는 아연실색했다. 그러자 사진사는 “원하는 사진을 못 건졌다”며 사전 협의된 일당의 절반인 5만원만 지급했다.
‘변태 사진사’에 피해를 본 아마추어 모델이 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 연습을 하고 촬영 경력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선 미성년자나 20대 초반 여성들이 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사이비 사진사‘들은 하루 출사 모델을 고용한 뒤 노출이 심한 포즈를 요구하거나 심지어 ‘스폰서‘ 제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모델 지망생과 사진사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3년째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씨(18)는 “중년 남성에게서 개인 출사 동행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일대일로 촬영을 하는데 어린 여학생이라고 쉽게 보고 갑자기 변태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포즈를 강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대 초반 모델 지망생 B씨는 “출사 일로 만났던 사진사가 한달에 400만원을 줄테니 정기적으로 만나 성관계를 맺자는 스폰서 제의를 해온 적이 있다”며 “출사 약속을 잡을 때 스튜디오가 없다며 모텔에서 만나자고 하는 사진사도 다수”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제대로 사진을 찍는 척하다 점점 노출을 요구하고 모델 지망생이 거부할 경우 강제로 추행한 뒤 사진을 뿌리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을 쓴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사를 사칭해 모델 지망생에게 접근하는 ‘가짜 사진사’까지 나타나고 있다. 모델 지망생 C씨는 “예술성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며 ‘치마를 올리고 스타킹 밴드가 보이게 찍어서 보내라’는 요구를 하는 사람도 있다”며 “사진을 받기만 하고 잠적해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리고 포인트를 쌓는 악질 사기꾼들”이라고 말했다.
모델 지망생들은 피해를 입더라도 경찰에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A씨는 “성추행인지 아닌지 경계가 애매할 때가 많다“며 ”경찰 신고 등으로 적극 대응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변태 사진가가 늘면서 아마추어 사진사들도 괜한 오해를 받고 있다. 수년 사이 모델을 섭외해 주말 등에 사진을 찍으러 나서는 ‘개인 출사 사진사’가 늘고 있다. 출사가 취미인 직장인 박모씨(45)는 “대부분의 아마추어 사진사들은 순수한 취미로 출사를 나가고 모델도 피사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데 일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사진사와 모델 중개 시장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마지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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