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은 기자 ] “은행지점장을 그만두고 5년간 호프집부터 공사현장 목수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죠. 그러던 중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알았고, ‘제2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명현 삼성화재 보험설계사(57·사진)는 은행원 출신 보험설계사 사이에서 ‘멘토’로 불린다. 신한은행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의정부 장암지점장까지 지낸 그는 2007년 은퇴한 뒤 새로운 진로를 모색했다. 아내와 호프집을 열어 3년간 운영하기도 했으며 하루에 일당 12만원을 받는 공사현장 목수로도 일했다. 그러나 오랜기간 몸담을 만한 직업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본업을 떠나 돈 버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그러던 중 삼성화재 보험설계사로 있던 사촌에게 “같이 일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막상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보험 지식도, 상품 설명 노하우도 없던 그는 한동안 많이 고민했다.
그는 은행원 때 하던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자 길이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전 설계사는 “은행원도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영업하는 일이 적잖은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전에 하던 일이나 보험설계사나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서 근무할 때처럼 크고 작은 기업을 찾아다니며 화재보험이나 종업원 상해보험 등을 권유했다. 비용 부담으로 보험 가입을 꺼리는 기업체 사장들에게는 자신이 알던 기존 금융권이나 정책금융기관과 연계해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는 은퇴한 뒤 방황하는 동료 은행원에게도 보험설계업을 추천했다. 동료들은 ‘일한 만큼 수익이 들어오는 직업’이라는 사실에 매력을 느끼고 기꺼이 보험설계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그를 시작으로 모인 은행원 출신 보험설계사는 10명을 넘는다. 한동안 그들은 같은 팀에서 근무하며 끈끈한 연대를 바탕으로 ‘더불어 하는 영업’을 했다. 새로운 영업 노하우가 있으면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너도나도 조언을 건넸다.
전 설계사는 “보험설계사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80대까지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보험설계업을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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