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단순히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규정 짓기에는 집중도가 너무 거세다. 민주당 정권 당시 주가가 부진했던 캐터필러나 엑슨모빌과 같은 소위 전통 산업들이 트럼프 당선 이후 새롭게 고개를 들고 상승 추세를 만들고 있다. 시장의 색깔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투자 계절이 바뀌었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더라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들이 강한 상승 흐름를 보이고 있다. 동국제강과 미래에셋생명 같은 종목들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연초 5000원대였던 동국제강이 1만1000원 선을 돌파한 배경은 PER 3배에 PBR은 0.4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장을 주도한 제약·바이오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고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미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권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 기대까지 더해진 덕이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시장은 저평가 종목으로 자금 이동을 진행 중이다. 시장의 계절이 여름에서 겨울로 변화했다. 옷장 속에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입듯 투자 종목도 달라져야 한다. 고성장에 초점을 둔 종목을 정리해 자산 가치와 안전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는 저평가 종목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제 투자는 내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다가오는 2017년 시장의 화두는 무엇일까. 필자는 ‘4차 산업혁명 관련주’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시대에 글로벌 성장 원동력이 될 산업에 대한 분석들이 2017년 한 해의 투자 수익과 직결될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관련주 주목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사물의 인지화’다. 기존 생산제품은 ‘수동적인 물질’에 불과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수동에서 능동으로 물질이 변화한다. 운동화는 사람의 걸음걸이를 기록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통계를 낸다. 그 자료들은 보건복지부에 빅데이터로 변환돼 정책 기초자료가 된다. 냉장고는 우유와 같은 신선식품의 유통기간을 체크해 인공지능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새 우유를 주문한다. 대리운전도 사라질 것이다. 차량에 앉아서 자율주행 모드만 켜면 자동차가 스스로 집까지 운행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기술은 딱 하나로 집결된다. 바로 물질에 인지화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반도체다. 흔히 알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 CPU, 센서, 칩이라고 불리는 시스템 반도체다. 정보를 보관하고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 사물의 상황을 인지·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또는 비메모리 반도체라 불리는 이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 인텔에 도전해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는 센서 전문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 흐름을 통해 산업 전반적인 부문을 분석해 봐야 한다. 엔비디아는 최근 1년간 주가가 10달러대에서 100달러 가까이로 급등했다.
국내에선 향후 성장을 기대해 볼 만한 관련 종목으로 무엇이 있을까. 코스닥시장 상장사 테스나를 꼽을 수 있다. 테스나는 매출의 80%가 시스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로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외주 업체이기도 하다.
애플의 수주 공백이 생기면서 다소 타격을 입었지만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과 같은 시스템 반도체 적용 분야가 늘면서 국내의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팹리스)들로부터 테스트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톱 설계업체들의 외주도 늘고 있다. 통신 반도체 시장의 강자 퀄컴이나 자율주행 및 센서 시장의 신흥 강자 인베디아로부터의 수주도 증가세다.
류태형 파트너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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