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전주 이전 앞두고 인력 이탈 계속될 듯
[ 좌동욱 기자 ]
55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 전략을 총괄하는 양영식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올 들어 운용전략실장이 사임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내년 2월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전주 이전을 앞두고 국민연금 핵심 인재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가면서 운용 조직이 와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양 실장은 최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올 연말까지 근무한 뒤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공단 런던사무소장으로 재직 중인 구모 소장도 지난주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양 실장이 사의를 밝힌 직접적인 이유는 내년 2월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다. 양 실장과 구 소장을 포함하면 올 들어 기금운용본부를 퇴사하거나 퇴사할 예정인 운용역만 28명에 달한다. 지난해(10명)의 세 배 수준이다.
핵심 인력의 잇따른 사의 표명엔 지난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건에 찬성 결정을 내린 것에 국회와 검찰 등이 잇달아 조사에 착수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양 실장은 해외대체투자실장으로, 12명인 투자위원회 위원으로 표결에 참여했으며 현재 그가 총괄하는 운용전략실은 국민연금의 주식 의결권 행사 주관 부서다.
국민연금의 핵심 업무라 할 수 있는 대체투자 인력들이 계속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양 실장과 구 소장은 국민연금의 대표적인 대체투자 전문가다. 올해 국민연금을 퇴사한 4명의 실장급 운용역 중 3명이 대체투자실장을 지냈다.
국민연금 내부 운용역들도 양 실장의 사의 표명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 실장은 2005년 국민연금에 입사한 선임급 운용 실무진으로 내부 신망이 두터운 데다 평소 애사심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면욱 본부장도 국민연금공단 최고경영자(CEO)인 문형표 공단 이사장에게 “전주 이전으로 이탈하는 핵심 운용역을 붙잡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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