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보험 등 계열사 경영진 인사 촉각
[ 이현일 기자 ] 농협금융지주가 지난 9일 밤늦게 농협은행 부행장급 임원 80%를 전격 교체하는 인사를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대규모 적자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3월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속 경영진 인사를 앞둔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농협캐피탈 등 농협금융 계열사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농협금융은 앞서 지주 및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집행간부·부행장보·영업본부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농협은행 부행장보를 포함한 11명의 부행장 중 9명을 교체했다. 2012년 신용·경제 분리를 통해 농협금융이 설립된 후 가장 큰 폭의 임원급 인사다.
전례 없는 대규모 인사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농협금융은 11일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업무 분야 전문성이 높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인재를 중용한다는 성과중심 인사원칙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이 올 상반기 조선·해운업 여신 부실로 3290억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박규희 여신심사본부장과 김형열 리스크관리본부장이 자리를 지킨 데다 경영지원본부와 정보보안본부 등 영업과 관련이 적은 임원도 대거 교체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보다는 농협중앙회 측의 의중이 더 많이 반영된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로 선임된 부행장 6명 중 2명이 농협중앙회 출신이고 영업본부장 중에서도 3명이 농협중앙회에서 자리를 옮겼다. 부행장급인 신응환 NH농협카드 사장과 남승우 정보보안본부장은 김 농협금융 회장과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돼 올초 2년 재임이 결정됐는데 중간에 물러나게 된 것도 중앙회의 입김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금융 계열사들은 추가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협금융은 이달과 내년 초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나머지 계열사 인사와 은행 부장급 이하 승진·전보를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과 이신형 농협캐피탈 사장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외에 임기가 남아있는 다른 계열사 사장도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