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레벨업 대신 해드립니다"... 대리 게임업체의 유혹

입력 2016-12-12 15:56   수정 2016-12-12 15:59

'게임 등급=계급장' 청소년들 용돈 털어 레벨업


타인의 온라인 게임 계정의 등급을 대신 올려주고 돈을 받는 ‘대리 게임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대리 게임비가 최대 19만원에 달하지만 게임 등급 올리기에 목을 매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게임이 대화의 주요 소재인 이들 사이에선 게임 등급이 곧 ‘계급장’이기 때문이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대리 게임 거래는 주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페이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각종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은밀히 이뤄진다. 대리 게임을 해주는 사람들 대부분은 실력이 뛰어난 아마추어 게이머들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상에 드러난 대리 게임업체는 20여개 정도다. 하지만 암암리에 활동하는 업체나 게이머들을 포함하면 실제 대리 게임 시장의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대리 게임 비용은 등급 올리기의 난이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리 게임이 가장 활성화된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경우 한 업체는 가장 낮은 등급에서 등급을 올리기 위한 1승을 대신 해주는 데에 4000원을 받고 있다. 이 게임에서 최고 등급으로 올라가려면 승격전 5판 중 3판을 이겨야 한다. 업체는 이를 대신해주는 대가로 19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최상위 등급에서 대리 게임을 신청하려면 업체와 별도로 가격을 상담해야 한다.

대리 게임업체들은 이용자가 많고 실력별 등급 구분이 확실해 대리 게임 수요층이 많은 게임을 주로 공략한다. PC방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와 ‘오버워치’가 대표적이다.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올해 대리 게임 2만376건을 적발했다.

또래집단에서 주목받고 싶어하는 청소년이 자신의 실력 이상으로 게임 등급을 올리기 위해 이런 업체를 찾는 경우가 많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한 중학생 김군(15)은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 등급은 곧 계급장”이라며 “게임을 잘해야 인기가 많고 대화 거리도 생겨 대리 게임까지 손대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리 게임 업체는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버스정류장에 광고를 게시하고 있다.

실력을 단기간에 올려준다는 ‘게임 과외’도 성행한다. 과외비는 등급별로 시간당 2만원에서 3만원 정도다. 게임 과외는 화상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신청자가 업체 측과 같은 화면을 공유하며 게임하면 업체 측이 잘못된 전략을 지적하고 비법을 전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용자가 실전 게임에 돌입하기 전에 업체가 전투에 필요한 기본기에 대한 사전강의를 해주기도 한다.

게임회사들은 대리 게임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계정과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공유 또는 양도하는 건 온라인 게임 이용약관 위반”이라며 “공정 경쟁이라는 원칙을 훼손하고 게임 생태계를 해치는 행위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리 게임이 처음 적발되면 1차 제재로 게임 이용을 30일간 정지하고, 또 적발되면 영구 정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대리 게임 업체에 대해서는 필요시 수사기관과 협조하고 법적 대응을 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마지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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