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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운송선사인 SK해운이 해상급유(벙커링) 자회사인 SK B&T 경영권을 뺏길 위험에 처했다. 내년까지 SK B&T를 상장하지 않을 경우 지분을 내놓을 수 있다는 조건까지 내걸며 사모펀드(PEF) 자금을 유치했으나 실적 악화로 상장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워져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소재 SK B&T는 내년 국내 상장을 목적으로 최근 일부 증권사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주관사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상장 추진은 과거 PEF와 맺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SK해운은 2014년 산업은행PE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에 SK B&T 지분 45%를 넘기면서 ‘2017년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실패할 경우엔 SK해운 보유지분(55%)을 포함해 제3자에 팔 수 있도록 하는 동반매각청구권도 부여했다. 2013년 1879%로 뛴 부채비율을 서둘러 낮추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IB 업계에선 침체된 IPO 시장과 부진한 해운업황을 고려할 때 상장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태평양·대서양 원양어선 등에 8척의 선대를 투입해 연료유를 공급하고 있는 SK B&T는 올 1~9월 4576억원의 매출과 11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작년 6536억원의 매출과 198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해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한 IPO 담당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회사가 아닌데다 업황과 실적 모두 부정적이라 제 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모주 수요 악화로 상장 자체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망스러운 공모가는 SK B&T 상장 추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PEF들은 주식가치 하락 시 손실보전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PEF는 SK B&T 경영권 인수자를 찾아나설 가능성이 높다. SK해운이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SK B&T 지분 매각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PEF 지분을 모두 되사와야 한다. PEF 지분 45%를 되사오는 가격은 상황에 따라 2014년 매각가격인 8100만달러(약 940억원)를 크게 웃돌 수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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