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업 수익구조 개선 과제…조성진 부회장에 주목
[ 이진욱 기자 ] 지난 1일 단행된 LG그룹의 2017년도 임원 인사는 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예년 같았으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겠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주요 그룹사들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인사, 경영계획 등 전반적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다른 행보였기 때문이다.
LG는 9명의 그룹총수들이 출석한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無특혜' 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정경유착 꼬리표를 뗐다는 평가다. 청문회에서 구본무 회장의 소신있는 발언은 화제가 됐다. 구 회장은 "왜 (기금 요청을) 단호하게 끊지 못하느냐, 앞으로 어떤 정부든 돈 내라면 계속 내겠다는 것이냐"라고 묻는 의원에게 "국회서 입법해 막아달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국정조사 통해 오히려 이미지 개선…승계문제 해결의 결과
LG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유일하게 이미지가 개선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에 대한 호감도 상승도 놀랍다. 온라인에서는 "LG 임원들은 다 군필이라며, 흥해라", "LG는 일찌감치 지주회사로 바꿨음. 전임 구자경 회장은 은퇴하고 버섯농사 짓고 지금 구본무는 새 박사. 재벌가 치고는 좀 다름" 등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의 경우 지주사 전환을 통해 승계문제를 해결해 정경유착 논란이 발생할 여지를 차단한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구 회장은 2004년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해 ‘구 회장 일가→㈜LG→계열사'로 이어지는 안정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또 전환 과정에서 GS그룹과 LS그룹 등 친족들의 계열분리까지 잡음없이 끝냈다.
경쟁 그룹사인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단행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불투명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으로 국정조사에서 집중포화를 맞은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스마트폰 실적 개선 사활…안정적 사업포트폴리오 구축
LG는 삼성 등 다른 그룹사들이 최순실게이트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무너진 사업 구조를 바로잡는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핵심은 고질적 부진을 겪는 스마트폰 사업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실적 개선으로 흐트러진 사업포트폴리오의 균형추를 맞춘다는 의지다.
올해 LG전자 연결기준 실적에서 생활가전을 담담하는 H&A사업본부는 전체 매출의 31%, 영업이익의 9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스마트폰사업을 책임지는 MC사업본부는 올 한해에만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은 4364억원을 기록, 스마트폰 도입 이후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여기에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조직도 축소됐다.
올해 4분기에도 G5의 흥행실패로 4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내년 상반기 베젤리스 콘셉트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과 구조조정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MC사업부는 인력 감축, 플랫폼 수 축소, 공략 시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고정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차기 플래그십인 G6는 베젤리스 콘셉트를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 이슈 선점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성진 신임 부회장, 스마트폰 사업 수익구조 손 볼듯
1인CEO 체제로 전환하며 키를 쥐게 된 조성진 부회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부회장은 지난 1일 H&A(홈얼라이언스&에어솔루션)사업본부장에서 최고경영자로 승진해 LG전자 모든 사업본부를 책임지게 됐다.
조 부회장은 평소 현장경영을 중시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사업본부 체질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연속 적자로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 MC사업본부의 스마트폰사업 포트폴리오와 수익구조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MC사업본부는 내년 2월 출시 예정인 ‘G6’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 부회장이 새롭게 선보일 'G6'에 어떤 혁신기능이 담길지 업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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