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수표'에 멍든 해운업

입력 2016-12-13 17:32  

현장에서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



[ 정지은 기자 ] 한진해운이 결국 청산될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은 13일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내용의 실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한진해운의 청산가치를 1조8000억원, 존속가치는 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아직 회생절차가 남아 있지만 청산이 기정사실화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이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년 2월 청산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예상된 시나리오다. 주요 자산, 인력이 모두 흩어져 이미 ‘껍데기’만 남아 있어서다.

국적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사라지면서 한국 해운선사는 세계 10대 선사 명단에서 빠졌다. 홀로 남은 또 다른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글로벌 선사로 도약하려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지 못한 데 이어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 한진해운의 부재로 인한 경쟁력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던 정부나 채권단의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금융 논리로만 국적 1위 선사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도 문제지만 이후 대응책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실사보고서 발표 소식을 들은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예상된 수순이지만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39년간 쌓아온 한진해운의 경쟁력이 산산조각난 게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은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은 현대상선이 인수했다.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는 스위스 선사인 MSC가 인수하는 게 유력하다. 사실상 한국 해운업의 핵심 인프라가 외국 선사에 넘어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해운업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었다”며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 선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데 한국 선사들만 주저앉아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2021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2%인 점유율을 5년 내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선 달라져야 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때처럼 정부의 ‘실효성 없는’ 대응이 반복돼선 안 된다.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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