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대한항공 2013년 'A-'서
이달 'BBB0'로 두 단계 낮춰
아시아나, 한 단계만 더 떨어져도
투기등급 전락…자금조달 '부담'
[ 하헌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3일 오후 4시30분
양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급강하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 항공사의 공세로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데다 2010년대 들어 악화된 재무구조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초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BB0’로, 아시아나항공의 등급은 ‘BBB0’에서 ‘BBB-’로 한 단계씩 내렸다. 대한항공의 등급은 지금보다 두 단계, 아시아나항공은 한 단계만 더 떨어져도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투기 등급이 된다.
양대 항공사의 신용도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LCC와 외국 항공사의 ‘저가 공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CC는 무서운 기세로 약진하고 있다. 국내선은 이미 2014년에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섰다. 국제선의 경우 양대 국적 항공사의 합산 점유율은 2009년 65.2%에서 올 9월 45.6%로 줄어든 반면 LCC는 같은 기간 0.5%에서 18.7%까지 수직 상승했다.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에 집중하던 LCC가 최근 들어 중장거리 국제노선을 신설하면서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LCC가 중장거리 노선까지 공략하면서 ‘대형 항공사=국제선, 저비용항공사=국내선’이라는 항공 여객 시장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도 “성장 정체에 빠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국내 6개 LCC는 20%에 육박하는 높은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LCC의 급성장은 그간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려온 양대 항공사에 중대한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과중한 빚도 문제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별도 기준)은 917.3%,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 자산)은 14조356억원에 달한다. 순차입금은 6년 새 4조원가량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1년부터 6년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김 위원은 “양대 항공사는 2010년대 초반부터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도 항공기 구입 등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며 “싱가포르항공 일본항공 캐세이패시픽항공 등 외형이 비슷한 외국 항공사의 부채비율이 100~400%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과중한 빚 부담”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까지 각각 9038억원, 18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전체 영업이익(각각 8592억원, 90억원)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이런 실적 개선은 유가 하락이라는 외부 변수에 따른 ‘반짝 반등’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재무구조와 신용등급만 놓고 보면 양대 항공사는 2~3년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해운업의 궤도를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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