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일본 대형은행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정책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북미 지역 영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규모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와 법인세 감면, 각종 규제 완화를 예고한 영향입니다.
한 마디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은행 입장에서는 먹거리가 많아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가장 분주한 곳은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MUFG)입니다.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은 북미 지역에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서만 취급했던 항공기 금융 업무를 북남미 지역까지 넓히기로 했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앞으로 20년간 북남미 지역의 신규 항공기 수요는 아시아 지역 다음으로 많은 1만1290대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은행에는 신규 영업 기회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일본 대형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역시 북미 지역에서 현지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영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본 3대 대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북미 지역 대출자산은 약 1765억달러(약 207조원)입니다. 수년째 가파르게 성장해 이미 아시아 지역 대출자산을 넘어섰답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프라 투자와 인수합병(M&A) 증가 때문이라는 게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입니다.
사실 속내를 살펴보면 일본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탓에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 축소로 일본 은행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됐거든요. 이런 일본 내 경영 환경 악화가 북미 지역을 포함한 해외 진출에 자극된 겁니다.
실제 일본 은행들의 해외 대출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일본 은행들의 전체 수익 중 해외 수익 비중은 약 30%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국내 은행과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인프라 투자에 1조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국내 은행들도 다양한 프로젝트에 활발하게 참여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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