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규 기자 ]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내년부터 제대로 영업하기 위해선 은행 설립을 주도한 KT의 증자가 필수적이다. K뱅크는 지난 3월 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발했지만 그동안 시스템 구축비, 인건비 등에 쓰고 절반가량만 남았다.
심성훈 K뱅크 은행장은 14일 열린 간담회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준수를 위해 3년간 2000억~ 3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출을 늘릴수록 BIS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본금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현재로선 KT가 증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4%(의결권 기준)로 제한한 은행법상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KT는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K뱅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밖에 갖지 못한다.
KT가 증자에 나서려면 은산분리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다섯 건이나 발의돼 있지만 언제 처리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법안 처리가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K뱅크 최대주주는 의결권 지분 10%를 가진 우리은행”이라며 “KT가 주도할 수 없으면 반쪽짜리 ‘무늬만 인터넷은행’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은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처리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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