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에 충실한 대응책 마련하고
북핵문제 중요성 능동적 설득해야
박원곤 < 한동대 교수·국제지역학 >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트럼프 당선자가 유세 기간에 미국이 지난 70년간 유지해온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여러 주장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두서없는 주장이지만, 최소한 세 가지 원칙은 트럼프 당선자의 머릿속에서 1980년대부터 각인돼 선거 기간 내내 표출됐다.
첫째,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 중단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미국의 희생을 전제로 한 모든 군사 개입을 멈추고 본토가 공격받는 상황과 같은 직접적인 위협에만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둘째, 철저한 ‘주고받기식’ 대외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국,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최대 동맹국을 대상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불예측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외정책 운용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종잡을 수 없다”는 자신의 평가를 가장 큰 장점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대외정책에서도 기존의 규칙을 따르는 온순한 경기 따위는 하지 않고 불확실성을 통한 공포를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당선자의 인식은 공화당의 기본 정책과 확연히 다르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개입주의와 자유무역을 기본 이념으로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주창한다. 향후 미국의 정책은 트럼프 당선자와 소속 정당인 공화당의 분열증적 인식 차이를 얼마나 줄이는지 여부에 따라 변화의 폭이 정해질 것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한국의 능동적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현재 트럼프 당선자와 주변 인사가 한반도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므로 한국의 적극적인 접근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구성할 여지가 있다. 우선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북핵 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한다. 비용 대비 효과 계산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당선자가 단기 효과를 내기 힘든 북핵(北核)을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는 상황이 초래돼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는 방치하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되고 해결 비용이 극도로 상승하는 사안임을 강조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반(反)확산을 도외시하고 비(非)확산에 중점을 두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핵 동결을 전제로 북한 핵을 사실상 인정해도 북한은 핵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것이고,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으로 핵 비확산도 완전한 통제가 가능하지 않음을 주장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제재에 비용이 부과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투자된 비용만큼 제재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처럼 중국이 제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단기간 내 결과를 볼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제시한 핵 및 미사일 실험 동결, 모든 핵 관련 시설 신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를 트럼프 정부와도 북한과의 비핵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유지할지 여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성사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김정은과의 조건 없는 직접 대화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북핵 제재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북핵 보유를 인정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트럼프 측과 협의해 북한의 대화 공세에 공동으로 대처하되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새로운 선택지도 고민해야 한다. 오히려 한국이 전제 조건을 조정해 북한과의 대화 옵션을 갖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개에 따라 선제적능동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전향적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이 강할수록 원칙에 충실한 대응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이 트럼프의 미국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으므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융통성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박원곤 < 한동대 교수·국제지역학 wonpark@handong.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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