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드라마 '고호…' '마음의 소리' 지상파 방영
스타 배우 기용하고 드라마보다 많은 제작비 투입
'첫키스만 일곱번째' 공개 2주 만에 3000만건 조회
[ 선한결/고재연 기자 ]
최지우, 이민호, 이준기, 이종석, 박해진, 지창욱…. 영화 캐스팅 명단이 아니다. 지난 5일 방영을 시작한 웹드라마 ‘첫키스만 일곱번째’에 나오는 배우들이다. 아이돌그룹 2PM의 옥택연, EXO의 카이도 출연한다. 총 90분 분량에 9회로 편성된 이 드라마의 제작비는 38억원에 달한다. 지창욱이 부른 드라마 삽입곡은 뮤직비디오까지 따로 만들었다. 화려한 캐스팅에 힘입어 드라마 티저 영상 공개 2주 만인 12일 누적 조회 수 3000만건을 넘겼다. 국내 웹드라마 사상 최단 기록이다.
◆톱스타 출연·높은 제작비
웹 콘텐츠의 덩치가 확 커졌다. 캐스팅과 제작비가 TV 프로그램 못지않다. 시청자 수와 연령대 폭이 늘어난 결과다. 지난달 종영한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은 총 60분 분량 6회 드라마에 약 7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60분 분량 회당 제작비가 1억5000만~2억원 정도인 지상파 TV 단막극의 세 배 이상이다. 지난달 케이블채널 드라맥스와 모바일 플랫폼 옥수수에서 동시 방영된 ‘1%의 어떤 것(1%)’도 40분 분량 회당 제작비가 2억원 이상 소요됐다.
지상파 주요 시간대에 편성돼 기존 TV 콘텐츠와 경쟁하는 웹드라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SBS와 KBS는 웹에서 높은 시청률을 올려 흥행성이 검증된 콘텐츠를 지상파로 내보냈다. 광고료가 높은 시간대인 금요일 오후 10시, 토요일 오후 11시에 각각 편성하는 강수도 뒀다. SBS는 지난 10월 말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웹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고호)’를 정규 편성했다. 20분 분량 20회 웹드라마를 1시간짜리 4회로 재편집해 내보냈다.
KBS는 지난 9일부터 시트콤 ‘마음의 소리’를 방송 중이다. 만화가 지망생 조석(이광수 분)과 그의 가족들이 펼치는 엉뚱하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준다. 지난달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공개된 웹 에피소드 10편은 조회 수 2000만건을 넘겼다. 여기에 미공개 에피소드 10개를 더해 하루에 4편씩 묶어 방영한다.
◆방송 문법 달라 재편집 필요
웹 콘텐츠가 TV에서 방영되려면 재편집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방송 문법’이 달라서다. 웹 콘텐츠를 TV용 심의 기준에 맞춰 촬영해도 TV에 내보내려면 새롭게 편집해야 한다. 분량 조절만으론 충분치 않다. SBS의 ‘고호’는 지상파 방영분에서 한 회에 짧은 기승전결이 여러 번 이어져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바일 방송국 메이크어스에서 딩고트래블 채널을 총괄하는 김무현 PD는 “1시간 분량의 TV 방송이 이야기를 바닥부터 쌓아가다 55분께 클라이맥스를 만든다면, 모바일 동영상은 초반부터 눈을 사로잡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화면 구성에도 차이가 많다. 모바일 방송에는 TV와 달리 클로즈업 화면이 많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화면이 작아서다. 자막도 다르다. TV 방송은 대부분 시청자들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제작한다. 반면 모바일 방송은 소리를 끈 채 보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 예능엔 출연자의 사소한 반응에도 큰 자막이 들어간다.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승부
재기발랄한 웹 콘텐츠의 특성이 안방극장을 사로잡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짧은 호흡과 가벼운 전개, B급 코드 등이 중장년층에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고호’는 시청률 4.8%로 종영했고, 당초 두 자릿수 시청률을 목표로 했다는 ‘마음의 소리’도 5%대에 머무르고 있다. 플랫폼에 맞게 내용을 달리해 아예 콘텐츠를 이원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다.
‘마음의 소리’를 연출한 하병훈 PD는 “20~30대가 주목하는 화제성 짙은 이야기는 웹드라마에 배치하고, 지상파 버전에는 장년층이 봐도 쉽게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넣었다”고 밝혔다. ‘1%’의 제작사 가딘미디어의 전주예 이사는 “처음부터 멀티 플랫폼 드라마라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며 “TV드라마와 웹드라마, 디지털영화 등 다양한 포맷으로 변형할 수 있게 기본 이야기를 짠다”고 말했다.
선한결/고재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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