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담백한 멜로, 참 귀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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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48)은 무섭도록 깊은 내공을 지녔다. 묵직한 존재감은 때로는 공포스럽게, 때로는 '아재'(아저씨)스럽게 다가온다.
장르를 불문하고 압도적인 연기를 펼쳐온 김윤석이 시간과 사랑에 대해 얘기한다. 홍지영 감독의 새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통해서다.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고 관객에게 묻는다.
외과의사 수현(김윤석)은 우연한 기회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고 평생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았던 연아(채서진)를 마지막으로 만나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다. 1985년도로 돌아간 그가 처음 만난 것은 30년 전의 자신(변요한)이다.
작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삶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담담하게 공유한다. 김윤석은 담백함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어디 한 곳 튀는 데 없이 한 톤으로 일관성 있게 이야기가 진행돼요. 멜로라는 장르가 들어가 있지만 우정, 부녀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죠. 내 또래 50대 남자가 인생을 반추하는 내용이라 와 닿았습니다. 내 얘기 같았죠."
김윤석은 '타짜'(2006), '추격자'(2008), '황해'(2010), '검은사제들'까지 무수한 영화의 주역으로 스크린을 사로잡았지만 멜로 연기는 '쎄시봉'(2015) 이후 두 번째다.
"사실 이만큼 완성도 있는 중년 멜로 나오기가 참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정서상 치정이나 불륜이 아니라면 재미있게 만들어 내기가 어렵거든요. 참 귀한 작품이죠."
그는 이번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많이 투영했다. 투박한 듯 섬세한 감성 연기는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가장 애틋하게 느껴지는 부분 하나가 딸 수아(박혜수)와의 신입니다. 연기할 때 집에서 딸에게 하는 행동들을 비슷하게 했어요. 된장찌개를 끓이고, 음식을 맛보며 '굿'이라고 하는 실없는 애드립은 실제 제 모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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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20대 수현 변요한과 50대 수현 김윤석은 놀랍도록 닮아있는 모습이다. 2인 1역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한 꼼꼼한 노력의 결과다.
"사소한 몸짓이나 습관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혼자 담배 피우는 모습까지도요. 그러나 한 쪽은 생을 어느정도 정리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한 쪽은 상처를 두려워하는 20대죠. 닮아야 한다기보다 '구분되게 달라야 한다'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신의 한 수'는 동료 배우 김상호의 몫이었다. 그는 수현의 30년지기 친구 태호 역을 맡아 수현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는 키를 손에 쥔다.
"김상호는 120%를 채워주는 배우죠. 지금까지 7개 작품을 함께 했어요. 외국 여행 가서 가족들끼리 만날 정도로 가장 친한 사람이죠. 광안리 모래사장 신에서 둘이 앉아 있는데 촬영감독이 놀라더라고요. 친구 같다고. 그런 것들이 잘 묻어나와 굉장히 편안하게 촬영했습니다."
김윤석은 현재 강원도에서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을 촬영하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피신한 척화파 김상헌(김윤석)과 백성을 위해 화친해야 한다는 최명길(이병헌)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정통 사극을 하게 됐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작품입니다. 이병헌 뿐 아니라 박해일, 고수도 나오죠. 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남남 케미'를 볼 수 있을 거예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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