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반응에 분위기 싸늘
신뢰회복 당부 새겨들어야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
[ 정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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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운업계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게 가슴이 아픕니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15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해수부 주최로 열린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해운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져 위기가 심각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은 뒤였다. 이를 전해들은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가슴이 아프면 기업들은 가슴이 찢어진다”며 “해운업이 이렇게 망가질 때까지 방치한 게 바로 정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는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대내외적으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해운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 윤 차관은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차관은 “앞으로 업계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자주 갖겠다”고도 다짐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해운업계를 살리겠다던 정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게 없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최대한 현대상선이 흡수하도록 돕겠다는 전략부터 빗나갔다.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는 스위스 MSC가 인수하는 게 유력하다. 미주·아시아 노선은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가져갔다. 외국 화주들 사이에선 ‘한국 선사와는 거래를 안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갖고 있던 미주 노선 운송물량의 80%가 외국 선사로 넘어간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탓이다.
세계 7위였던 한국의 해운산업이 이렇게 무너질 때까지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무얼 했느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해운산업을 알지 못하는 금융위원회가 금융논리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行)을 결정할 때 해수부는 보이지 않았다. 해운산업이 거덜 난 뒤에야 신뢰회복 운운하며 뒷북을 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해수부는 한국 해운산업 몰락에 가슴 아파할 게 아니라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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