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의 재발견…짝퉁 오명 벗고 '수출효자'로

입력 2016-12-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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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삼천당, 미국 4000억 수출계약
씨티씨바이오, 30개국에 공급

미·중·일 복제약 확대 정책
시장 규모 내년 518조원
한국산업 세계 무대서 약진할 듯



[ 조미현 기자 ] 신약 개발 열풍에 밀려 찬밥신세로 전락했던 복제약(제네릭)이 수출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인도 태국 등 신흥 시장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 시장으로 한국산 복제약 진출이 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정부가 약값이 싼 복제약 장려 정책을 펴면서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출 늘어나는 복제약

삼천당제약은 최근 미국 제약사와 복제약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규모로는 40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점안제 안연고 점이제 등 7개 복제약을 10년 동안 미국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유럽에서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EU GMP) 인증을 받는 등 국제적 수준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안과용 전문의약품으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에 수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도 고지혈증 치료 복제약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4개국에 수출했다. 현지 판매는 미국 제약사 애보트가 맡는다. 유유제약도 탈모 복제약을 태국 제약사에 수출했다.

형태를 바꾸거나 약효를 향상시킨 개량신약 수출도 활발하다. 씨티씨바이오는 알약인 비아그라를 필름형 복제약으로 개발해 다국적 제약사 테바에 판권을 넘겼다. 러시아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에서 시판되고 있다. 또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의 필름형 복제약은 애보트를 통해 30개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중국·일본, 복제약 사용 독려

복제약은 특허가 끝난 원조 의약품(오리지널)을 본떠 만들었다. 합성 신약은 화학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복제가 상대적으로 쉽다. 허가기관에서도 별도 임상시험 없이 효능과 안전성이 비슷하다고 입증되면 판매 승인을 내준다. 매출이 큰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국내 제약사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복제약을 내놓는다. 국내에서 비아그라 특허가 끝났을 때 40여개가 넘는 제품이 쏟아졌다. 이런 이유로 복제약을 국내 제약산업의 병폐로 꼽히는 리베이트(의약품을 채택해주는 대가로 주는 금품)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제약사들이 차별성 없는 복제약으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고가 의약품을 낮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정부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 정부가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까지 복제약 사용을 전체 의약품의 8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복제약 만들어야”

앞으로 세계 복제약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MS헬스에 따르면 2011년 268조원에 달한 세계 복제약 시장은 내년께 518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에서 37%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복제약 시장 선점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3~5개 신약과 함께 200개 글로벌 복제약을 개발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신약은 물론 복제약의 해외 판매망 개척과 각국 시장 승인을 돕기로 했다. 저품질 복제약을 생산해 온 중국 제약사가 현재 수준으로는 해외 진출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대신 신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세계 수준의 복제약 개발 등 다양한 글로벌 시장 공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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