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보다 작은 반도체
축구장 5배 크기만큼 출하
[ 김현석 기자 ] 동부하이텍이 아날로그 반도체 출하량 100만장(8인치 웨이퍼 기준)을 돌파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이 회사가 아날로그 반도체에 뛰어든 지 11년 만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확대 등으로 2년 만에 50만장을 생산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주력 제품인 전력관리칩(PMIC), 오디오 앰프칩, 데이터컨버터 등 아날로그 반도체 누적 출하량이 지난달 8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100만장을 넘었다고 18일 밝혔다.
8인치 웨이퍼 100만장을 면적으로 환산하면 3만2412㎡로 축구장 크기의 약 다섯 배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아날로그 반도체가 휴대폰 TV 오디오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규모”라고 말했다.
1997년 설립된 동부하이텍은 국내에선 생소한 파운드리업종에 뛰어들어 몇 년간 막대한 적자를 냈다.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맹주인 대만 TSMC, UMC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2002년 틈새시장인 아날로그 반도체 개발을 시작했다. TSMC 등이 우위를 점하는 일반 로직 공정 제품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성은 높아서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국내 전자업계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대부분 수입해 사용하던 상황이어서 국내엔 기술 기반이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2005년 첫 제품을 고객사에 인도했다. 2008년에는 업계 최초로 0.18㎛급 공정을 개발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게 특징이다. 많을 때는 한 개의 생산라인에서 30~40개의 서로 다른 제품이 생산되기도 한다. 동부하이텍은 수많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제조공정을 일일이 개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고객인 국내 팹리스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게 누적 출하량 100만장을 달성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씩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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