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확 추워지면서 감기 환자가 부쩍 늘어났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면서 술자리가 많아지다 보니 술 취한 김에 덥다고 창문을 열어놓고 자거나 이불을 걷어차고 자다가 감기에 걸린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소위 ‘주당’들이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감기는 소주에 고춧가루 풀어서 한 잔 죽 마시고, 푹 자면서 땀을 내면 금방 낫는다”는 얘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과연 옳은 말일까?
답부터 말하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실제 감기 중에는 땀을 푹 내고 나면 저절로 낫는 경우들이 있다. 체질적으로는 평소에 땀을 잘 흘리던 사람인데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땀이 나지 않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몸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 격렬하게 운동해 땀을 내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럴 때 한의원에서도 땀이 잘 나게 유도하는 한약을 처방해준다. 하지만 설사 본인에게 잘 맞아 땀을 내야 할 때도 음주보다는 운동이나 따뜻한 차 정도가 더 적당하다.
그러나 반대로 평소에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인데 건강 상태가 나빠지면 마치 ‘식은땀’처럼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땀은 마치 댐의 수문이 열려서 진액이 새나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런 경우에는 땀을 흘릴수록 더 기운은 빠지고 증세가 악화되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소주 먹고 땀 흘리는 방법은 위험한 방법이다. 또 평소에 화나 열 조절이 잘되지 않거나 고열을 동반한 경우에는 몸을 덥게 해서 땀을 유도하는 방법이 잘못하면 목숨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전문 의료인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감기에는 약이 없다고 한다.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약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인데 실제 외국에서는 감기에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푹 쉬면서 잘 먹고 감기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는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감기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체질과 증상에 따라 그 방법이 정반대로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평소에 자신에게 적합한 건강 관리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특히 나한테는 좋은 방법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 내 관리법을 무턱대고 주위에 권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장동민 < 하늘땅한의원 원장 >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