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매년 연말이 되면 봉사활동에 직접 시간을 내 참여하고 있다. 몸담은 기업이 가진 좋은 문화의 하나로 사원부터 부회장까지 예외 없이 연간 8시간의 봉사활동을 의무로 해야 한다. 물론 봉사활동은 업무시간에 한다.
김치 담그기, 장보기 등 다양한 활동이 있지만 나는 주로 연탄 배달에 참여한다. 추운 날씨에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연탄을 들다 보면 몸은 조금 힘들지만, 마음의 보람은 더 커지는 게 연탄 봉사의 매력이다.
연탄을 나르는 내내 추운데도 밖에 나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가슴 한쪽이 뻐근해 온다. 간간이 털어놓는 사연에는 잘나갔던 젊은 시절, 연락 안 되는 자식 걱정 등 세월의 애환이 녹아 있다. 내년에 또 올 때까지 건강히 지내시라고 인사하며 맞잡은 손은 따뜻하고, 마주치는 눈은 시큰하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젊은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신 그분들이 지금보다 좀 더 평안한 노후를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히 든다. 또한 보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노후 준비를 위해 얼마나 기여하고 노력했나 반성도 들고, 더욱 신념을 갖고 일하리라 다짐도 해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9.6%다. 이는 안타깝게도 OECD 국가 중 1등, 평균인 12.6%의 네 배 수준이다. 아쉽지만 노인 빈곤은 연탄 봉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의 복지정책, 공적·사적 연금시스템 개선 등 여러 측면에서 함께 풀어나가야 할 쉽지 않은 숙제다. 우리 자신도 얼마나 노후에 대비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노후 준비는 단순히 금전적 문제만이 아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이것이 최우선으로 준비해야 하는 자산이다. 새해에는 규칙적인 운동, 취미 갖기, 은퇴자금 마련 시작 등 실천하기 쉬운 것부터 계획을 세워보자.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지만, 꾸준히 한다면 결코 어려운 것도 아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올 한 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더라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미래의 나를 위한 준비도 함께해볼 좋을 때다.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affirmation01@miraeass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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