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김덕술 대표 "크런치·아몬드 김스낵…'김은 반찬' 고정관념 깨니 수출길 열렸죠"

입력 2016-12-18 18:57  

무역협회·한경 선정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 김덕술 삼해상사 대표

50년 가까이 김 제조 '한우물'…올해 김 수출 4000만달러
과자·간식 형태로 김 상품 다양화…미국·동남아 수출길 뚫어
국내엔 김 효능 등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없어 아쉬워



김 제조업체 삼해상사의 서울 가락동 전시장에는 김 상품 100여종이 진열돼 있다. 대표 상품인 김밥용 김부터 유기농 조미김, 첫 수확물로 만든 초사리김, 밥에 비벼 먹는 자반김, 전통 방식으로 구운 재래김, 과자처럼 먹는 스낵김 등 종류와 용도, 크기, 포장이 제각각이다. 김을 주로 반찬으로 먹는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스낵이나 술안주 등으로 즐기는 해외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삼해상사는 김 상품 하나로 지난해 업계 최초로 3000만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수출액이 약 4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 김을 수출 품목으로 키워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삼해상사는 최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시상하는 ‘2016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 상을 받았다. 김덕술 삼해상사 대표(54)는 “김은 맛과 향, 형태 모두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요소를 갖춘 먹거리”라며 “현지인의 식습관에 맞는 맞춤형 김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의 무역인에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부친이 1968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삼해상사를 창업했습니다. 처음에는 김 원초 도매업을 했는데 1981년 국내 최초로 조미김을 생산했어요. 소비자들은 도시락용으로 낱개 포장한 조미김이 친숙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35년 전 일본 기계를 들여와 일본식 조미 김을 생산했다가 큰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기름을 발라 구운 전통식 조미김 제조법을 개발했어요. 1987년부터는 ‘명가김’이라는 브랜드로 국내외 시장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김 수출 1위 업체가 됐습니다. 김 생산은 한국이 앞서 있고 계속 주도할 수 있는 산업이에요. 제품군을 다양화하면 충분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김 품목 하나로 지난해 3000만달러 넘게 수출한 비결이 궁금합니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한때 사업을 포기한 적도 있습니다.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낮은 가격과 증정품을 내세운 마케팅 공세를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1988년 조미김을 담당하던 자회사 삼해김을 사조산업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지요. 가업을 잇기 위해 입사한 지 4개월 만이었습니다. 조미김을 다시 생산하기까지 4년 이상이 걸렸어요. 대기업 조미김 가격이 오르자 이에 반발한 유통업체들이 납품을 요청했습니다. 다시 공장을 돌리게 됐지만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내수시장에만 머물면 언제든 똑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것도 그즈음이에요. ”

▷김 외에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창업주부터 저까지 김 이외에 다른 것은 하지도 않았고 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김 생산에만 투자와 연구 역량을 집중한 게 오늘에 이른 원동력입니다. 상품개발연구소와 대규모 자동화 창고시설에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는 편한 면도 있어요. 김 생산에 필요한 일인가 아닌가만 따져보기 때문입니다.”

▷해외 시장 개척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1994년 미국 뉴욕 식품박람회에 처음 참가하면서 해외 시장에 눈을 떴습니다. 당시 2200여개사가 참가한 박람회에 김을 가지고 온 업체는 저희와 일본 업체 두 곳뿐이었어요. 일본 업체 부스에서는 요리사가 김초밥을 만들어 관람객에게 주고 있었습니다. 일본 업체 상품은 저희처럼 김 단품이 아니라 쌀과 간장, 고추냉이 소스가 들어있는 초밥 종합세트였습니다. 가족과 김초밥을 만들어 같이 먹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지요. 김이 아니라 식문화를 함께 파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해외에서 통할 다양한 김 상품을 개발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차별화된 수출 전략이 있었나요.

“현지 소비자의 식습관에 먼저 주목했습니다. 똑같은 조미김인데 중국인은 아이들 과자로 먹고, 미국은 팝콘처럼 주전부리로 먹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반찬이 아니라 스낵처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지요.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맛과 향을 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현지인 식습관에 맞게 김을 스낵처럼 제조하자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기존 김보다 두껍고 양념도 다양하게 바꿨어요. 아몬드 가루를 넣은 아몬드 스낵김, 단맛을 강화한 스위트 스낵김, 바삭함과 씹는 맛을 더한 크런치 스낵김 등이 대표 수출 상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쌀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중국과 일본 이외 지역에서도 김을 간식이나 과자처럼 찾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 김의 미국 수출 규모는 연간 7000만달러로 커졌습니다. 스낵김처럼 상품을 다양화하자 새로운 소비자 층이 형성된 것 같아요. 김을 세계에 알린 것은 일본식 초밥 문화였지만, 현재는 한국식 조미김의 소비자 반응이 큽니다. 스낵김이 인기를 얻으면서 조미김 인식도 180도 바뀌었습니다. 한때 미국에서는 김을 ‘블랙 페이퍼’라며 일종의 혐오식품으로 취급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중국, 일본 김과 어떻게 차별화했습니까.

“일본 김보다 맛있고 중국산보다 깨끗하다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김은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만 생산됩니다. 일본 김은 품질이 좋지만 내수 시장에서 대부분 소비되지요. 오히려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해야 할 정도입니다. 맛도 한국 조미김보다 짭조름한 편이에요. 일본에서도 한국 조미김을 맥주 안주 등으로 많이 찾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관광 때 선물용으로 꼭 사가는 게 김입니다. 중국 김은 아직 원재료의 질이나 상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완도와 고흥, 진도 등에서 생산되는 한국 김은 최상급 품질로 통합니다.”

▷시장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한국 김의 수요 증가세를 보면 무서울 정도입니다. 국내 김의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3억달러를 넘겼습니다. 2011년 이후 연평균 28%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요. 전체 해산물 중 참치에 이어 2위 규모입니다. 수출 국가도 미국과 중국, 일본, 태국 등 90여개 국가로 확대됐습니다. 아직 유럽에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유럽에서도 수요가 생기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입니다.”

▷아직도 개척할 시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독일과 러시아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가했습니다. 한국 김을 모르는 바이어가 대부분이었지요. 하지만 일단 맛을 보면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뭘로 만든 거냐부터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느냐 등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올해는 러시아 호주 태국 바이어를 초청해 한국 김 설명회도 열었습니다. 생산 어장과 건조장부터 조미가공 공장까지 생산과정을 모두 공개했어요. 당장 수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설명회 등을 할 계획입니다.”

▷김 산업 발전에 걸림돌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아쉽습니다. 기초적인 연구를 하는 전문 연구소가 필요합니다. 바이어와 상담을 하다가 김의 성분 분석 자료나 효과·효능 연구 결과 등을 요구받을 때 가장 난감해요. 국내에는 학술적인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김 업체가 식품·위생 인증을 받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전문 연구기관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예요. 우리 회사에도 자체 연구시설이 있지만 주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의 기초적 연구에는 한계가 있어요. 일본은 전문 연구기관만 13곳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일본 연구자료를 참고해야 하는 게 아쉽습니다.”

김덕술 대표는…

김덕술 삼해상사 대표는 김 상품 해외 시장 개척자로 꼽힌다. 삼해상사는 창업주인 김광중 회장에 이어 김 대표가 2대째 경영하는 가업 승계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반찬용 조미 김을 내놨다. 지난해 판매량은 12억장(1200만속)이다. 직선으로 이으면 지구 여섯 바퀴 길이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1985년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1987년 삼해상사에 입사해 김 원초를 도매상에 배달하는 일부터 배웠다. 전공을 살려 일본 수출 등을 진두지휘하는 등 실전 경험을 쌓았다. 삼해상사와 일본 야마코사 합작법인인 삼해야마코 설립을 이끌어냈다. 삼해야마코는 국내 삼각김밥에 쓰이는 김의 60%를 공급하고 있다.

2005년 부친의 뒤를 이어 대표에 취임했다.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 삼해상사를 김 수출 1위 업체에 올려놨다. 수출액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3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을 받았고, 올해 1월 ‘제85회 이달의 무역인’ 상을 수상했다. 지난 8일에는 ‘2016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으로 선정됐다. 2009년부터는 400여개 김 생산업체를 대표하는 한국김산업연합회장직도 맡고 있다.

김 외에 다른 상품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 김 대표의 경영원칙이다. 가장 잘하는 일에 역량을 집중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김은 우리 밥상을 넘어 세계인의 간식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식품”이라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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