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분양권 구입자 소득심사 직접 한다

입력 2016-12-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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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등으로 입주대란 우려
건설사, 분양권 명의변경 승인 때 연봉·통장잔액·대출체납 등 점검

"금융위기 뒤 입주포기 따른 자금난 되풀이 않기 위한 조치"



[ 윤아영 기자 ] 건설업체들이 자사가 공급한 아파트의 분양권 신규 구매자에 대해 자체 소득심사에 들어갔다. 미분양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입주대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내년과 2018년 77만여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몰린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미국 금리 인상 등이 본격화하자 자칫 아파트 완공 뒤 미입주 사태가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D건설은 최근 경기 용인·수원지역에서 분양한 자사 아파트 분양권 구입자의 내부 소득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분양권 구입자의 연소득이 분양가의 10% 이상이거나 통장 잔액이 분양가의 10% 이상인 경우로 설정했다. 소득이 없다면 재산세 납부 실적을 평가하고 사회초년생은 월급여에 12를 곱해 연간 소득으로 간주한다. 이런 소득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때 분양권 명의 변경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기존 분양계약자가 분양권 전매에 나섰다가 이 기준에 맞는 투자자를 찾지 못해 분양 계약을 해약한 경우도 있다”며 “은행의 중도금대출 심사만큼 까다로운 기준”이라고 말했다.

H건설은 작년부터 분양권 전매 계약자에게 소득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부터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되살아나면서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단기 투자가 급증한 뒤부터다. 재무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까지 분양권 시장에 뛰어들면서 웃돈이 계속 올라가 최종 분양권 소유자의 금전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입주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경기가 좋을 때부터 자체 심사를 해 왔다”며 “법무법인 검토를 통해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재무 및 소득 능력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업체도 입주 대기 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의 입주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분양권 전매 때 소득 수준을 보고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보다 분양권 전매 가격이 낮아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생기면 입주 포기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권 구입자의 소득심사에 나선 건 경제력이 떨어지는 입주예정자가 은행 대출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완공 시점에 입주를 포기하면 건설사 자금난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뒤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서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자 은행들이 담보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해 잔금대출 규모를 줄였고 입주 포기자가 속출했다. 이 영향으로 건설사들은 공사비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으면서 자금난을 겪었고 상당수는 부도로 이어졌다.

당시 입주자의 자금 건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체 소득심사를 한 일부 건설사는 단지별 입주대란 물량을 상당히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TF 팀장은 “중도금 대출은 은행에서 심사를 하더라도 입주 시 잔금대출 전환 때 분양권 최종 구입자가 대출 여력이 없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사가 분양권 구매자의 재무심사에 나서는 건 금융위기 때의 경영난을 또다시 겪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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