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주택대출금리 동반 상승
강남 중심 비관론 빠르게 확산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국을 필두로 각국의 금리가 상승 기조로 돌아서면서 ‘세계 주택시장 대붕괴(GHC·great housing crash)’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5대 은행장도 ‘내년에 한국 집값이 15% 정도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본지 12월13일자 참조). 예상이 맞아떨어지면 충격적이다.
8년 전 사상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각국 중앙은행은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감당하지 못했다. 양적완화(QE),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제로(혹은 마이너스)금리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띄워 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도 대변신을 단행했다.
중앙은행 목표로 ‘물가 안정’에 ‘고용 창출’이 추가됐고, 금리변경도 ‘준칙’(존 테일러)보다 ‘제한적 재량정책’(벤 버냉키·재닛 옐런)으로 바뀌었다. 금융 감독권도 ‘빅 브러더’로 중앙은행에 집중시켰고, 통화정책 관할대상도 실물경제만 고려(그린스펀 독트린)하던 것을 자산시장까지 확대(버냉키 독트린)했다.
버냉키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추진하면 금융위기로 부동산 투자 기대수익률이 낮게 예상된다 하더라도 금리를 내려 금융차입비용을 더 낮춰주면 부동산 시장은 매력적일 수 있다. 이른바 ‘부채-경감 현상(debt-deflation syndrome)’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부(富)의 효과’가 발생해 금융위기는 극복되고 경기도 회복하게 된다.
주택가격은 거침없이 올라갔다. 올해 10월 미국 20개 도시 주택가격을 추적하는 S&P 케이스-실러지수는 184.8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 최고점을 훨씬 뛰어넘었다. 지난 10월 초 국제통화기금(IMF)이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로 세계 주택시장의 적정성을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거품 우려가 높다고 경고했다.
‘하우소포리아(house+euphoria)’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호황을 구가하던 세계 주택시장에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트럼프 정부가 정식 출범하면 정책 우선순위가 ‘금융완화’에서 ‘재정정책’으로 변경된다. 재정정책도 지출 면에서는 ‘뉴딜 정책’, 수입 면에서는 ‘레이건노믹스’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최소한 경기가 살아나기까지 재정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려대로 국채로 메운다면 국채금리가 올라가고 금리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금리도 인상해야 한다. 올해 마지막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1년 만에 0.25%포인트 추가 인상됐다.
각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일제히 올라가고 있다. 미국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기관인 프레디맥이 발표한 30년 만기 모기지론 금리는 연 4.1%대로 트럼프 당선 직전보다 60bp(1bp=0.01%p) 올랐다. 한국의 주택담보 대출금리도 50bp 이상 올랐다. 다른 국가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 주택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 주택시장도 급랭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핵심자산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경기와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해리 덴트의 ‘인구 절벽론’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비관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주목되는 것은 주택가격 하락에 따라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역(逆)자산 효과’다. 역자산 효과는 특정 가계가 소비를 전 생애에 걸쳐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소득과 미래 기대소득뿐만 아니라 보유자산 가치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는 ‘항상소득가설’(밀턴 프리드먼)과 ‘생애주기가설’(프랑코 모딜리아니)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의 사례(앨런 그린스펀, 2000년)는 주식자산이 1달러 감소하면 소비가 3~4센트 줄어드는 데 비해, 주택가격 하락의 소비 감소 효과는 1달러당 10~15센트로 주식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이항용, 2004년)은 아파트 가격변화에 따른 소비지출변화의 탄력성이 0.23으로 더 높게 나온다. 한국의 충격이 더 크다는 의미다.
IMF를 비롯해 대부분 예측기관이 주택가격을 연착륙시키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에 복합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책금리 등 통화정책 수단이 제 자리에 복귀하지 않은 여건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하면 역자산 효과로 경기가 재침체되고 정책 대응마저 쉽지 않아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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