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청년 취업률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
국중호 <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
한국 학생이 일본 학생보다 공부량도 훨씬 많고 스펙도 좋은데 취업률은 정반대다. 한국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야단인데 지금 일본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유효구인배율은 1.4로, 구인 수가 구직 수에 비해 1.4배나 많다(2016년 10월 기준). 완전실업자 중 고용계약 만료나 회사의 구조조정, 정년으로 본의 아니게 직장을 떠난 사람은 전체 인구의 0.4%(53만명)에 불과하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실업문제가 심각한 한국으로서는 부러운 수치들이다. 필자가 지도하는 졸업반 일본 학생들도 모두 일자리를 구했다. 한·일 간의 기질(氣質), 태도, 산업구조 차이가 취업률의 명암을 가르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생김새는 비슷하나 우러나오는 기질은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인은 체면 중시, 일본인은 분수 중시다. 한국인은 남들한테 으스대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고 또 그것이 먹혀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내로라하는 학력에 그럴싸한 대기업 입사를 목 빠지게 원한다. 일본에서도 물론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등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 하나 한국처럼 극성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굳이 대기업이 아니라도 별반 꺼리지 않는다. 실제로 일본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중소기업이라도 안정된 곳이라면 취업하겠다는 대답이 대다수다. 양국의 이런 기질 차이가 취업률의 현격한 차이를 가져온다.
일하는 태도나 비정규직 대우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인은 존재감을 피력하며 조직에서 튀려 하고, 일본인은 톱니바퀴의 하나로 있으려 한다. 한국에선 특히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 불안 불안한 미생마(未生馬)다. 일본은 이빨 빠지는 것을 싫어하는지라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쉽사리 무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을 금방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아니기에 장기고용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났다. 한 번 일하기 시작하면 그 관성의 힘이 매우 강한 곳이 일본이다. 계약직 사원의 애환을 다룬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나 일본 방영에선 그리 공감을 받지 못했다. 비정규직 처우가 양국 간에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일본의 향후 정책 방향이다.
한·일 산업구조는 위에서 말한 양국민의 기질과 태도를 반영한다. 겉치레나 톡톡 튀는 성향이 강한 한국은 산업구조도 대기업이나 정보통신기술(ICT) 선호로 편향돼 있다. 그 결과 배짱은 좋으나 일자리 수는 많지 않은 부작용을 낳는다. 당연 취업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인은 조직 속의 한 부품으로 일익을 담당하려 한다. 월급은 많지 않더라도 오래 고용돼 함께 일하는 쪽을 택한다. 그런 태도가 고용창출이 많은 중소기업이나 기계장비 산업에서 강점을 발휘토록 유도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에서 취업자가 크게 늘어났지만(2015년 6376만명, 집권 전인 2012년에 비해 106만명 증가), 정규직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2015년 3313만명, 같은 기간 27만명 감소). 한국은 1997년 경제위기 이전까지는 열심히 일하면 개천에서도 제법 용이 나왔다. 그 후 살아남기 위한 방책으로 사람을 많이 잘라내면서 협조보다는 배제 논리가 성행했고 삶은 더욱 각박해졌다.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서는 파격의 미(美)가 감동을 가져온다. 판에 꽉 짜여 있는 일본은 파격이 없어 답답함이 자리하지만 그건 한국인의 감각이다. 우리가 느끼는 일본인들의 답답함은 그네들에겐 안심이고 안전이다. 역으로 일본인들한테 비치는 한국은 파격이 지나쳐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당장 우리 코가 석자이니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국중호 <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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