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장벽에 막혀 '빛바랜' 한·중 FTA 1년

입력 2016-12-19 19:19  

올 대 중국 수출 11% 감소
그나마 FTA 해당품목은 수출 감소폭 4%로 선방

사드·미국 트럼프 당선으로 통상환경 더 나빠질 듯



[ 이태훈 / 오형주 기자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20일로 체결 1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대(對)중국 수출은 오히려 10% 이상 감소했다. 앞날도 먹구름이다. 중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를 늘리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등 무역 환경도 점점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라한 1년차 성적표

올 들어 11월까지 대중 수출은 112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9% 줄었다. 다만 한·중 FTA 특혜 대상 품목의 수출 감소폭(4.0%)이 비특혜품목(12.8%)보다 낮아 FTA가 급격한 수출 감소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기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4.8% 감소했다. FTA 특혜품목 수입은 1.6%, 비특혜품목 수입은 6.7% 줄었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중국과의 전체 교역 규모는 8.5% 감소했다.

한·중 FTA의 1년차 성적표는 다른 국가와 맺은 FTA에 비해 초라하다. 한·중 FTA와 같은 날 발효된 한·베트남 FTA는 양국의 교역 규모를 전년 대비 15%(10월 기준) 늘렸다. 대베트남 수출은 13%,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은 21% 증가했다. 2012년 발효된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발효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대미 수출은 4.1%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내수화 정책과 원자재 가격 하락이 대중 수출 실적을 악화시킨 주요인”이라며 “한국 기업은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출 물량은 줄지 않았으나 단가 하락으로 수출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낮은 수준의 자율화율

한·중 FTA의 자율화율이 너무 낮아 애초부터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자율화율이란 전체 품목에서 관세 철폐 등을 해주는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자율화율이 높을수록 시장개방 효과가 크다.

중국이 한국에 개방하기로 한 품목은 7000여개로 자율화율은 90.7%다. 자율화율이 100%에 가까운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보다 낮다. 한·중 FTA 협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한·중 FTA는 한·미 FTA 등과 달리 서비스나 투자, 지식재산권 등에 대해 높은 수준의 규범을 만들지 못했다”며 “서비스 규범 등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해야 하지만 중국이 한국에만 특혜를 줄 수 없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통상관계에서 힘의 우위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한 여건에서 협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권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자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하는 등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의 60% 이상은 현지에서 가공돼 미국 등 제3국으로 팔려나가는 구조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이 보호주의적 색채를 갖고 반덤핑 조치 등 중국에 대한 무역규제를 구체적으로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중 간 대규모 분쟁에 휘말려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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