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중소기업 선정된 뒤 국내외서 주문전화 쇄도
미국 CES서 혁신상도 받아
[ 안재광 기자 ]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는데 사양하겠습니다.”
지난 9월 경기 성남시의 한 중소기업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가겠다”고 했더니 대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자주 겪는 일이긴 했지만 이번엔 의외였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경제신문사 등이 매달 선정하고 지면에 인터뷰 내용을 싣는 ‘이달의 으뜸중소기업 제품상’에 뽑힌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은 기업들 스스로 신청한다. 내용을 다시 설명했더니 그제야 “잠깐 봅시다”는 답이 돌아왔다. 상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치였다. “바로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고 해 인터뷰도 짧게 했다.
당시 인터뷰한 그를 지난 19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년 으뜸중기제품 시상식’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기사가 나간 뒤 1주일간 전화통에 불이 났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48곳의 올해 으뜸중기 대표 대부분이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처음엔 큰 효과가 있겠나 싶었는데 기사가 나온 뒤 소비자 반응이 엄청났다”고 입을 모았다. 유리창 청소로봇을 개발한 알에프의 이순복 대표는 “주문이 밀려드는데 물건이 더 없어 매출을 추가로 올리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이 회사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CES)에서 ‘혁신상’을 받을 예정이다. 거품치약 ‘덴트리’로 상을 받은 이숲의 장태숙 대표는 “TV 홈쇼핑에 여러 번 나갔다”며 “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덩달아 다른 제품까지 잘 팔린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김문겸 중소기업옴부즈만은 “판로가 막막한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애초 이 상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됐다”며 “언론이 선한 역할을 해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중소기업 취재기자 다섯 명은 지난 1년간 전국 각지를 돌며 ‘진주’를 캔 느낌이 들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한 이들 가운데 제2의 이병철, 정주영이 나오길 기대한다.
안재광 중소기업부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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