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5N6형 백신 전세계 전무
비용·인력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형마트, 계란 판매 제한
정부 "날계란, 익혀 먹어야"
[ 김재후 기자 ] 정부가 고병원성(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용 항원뱅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항원뱅크는 백신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전 단계로, 대량 생산한 백신 바이러스를 냉동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접종까지 넉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4월은 돼야 백신 투여가 가능하다. AI 확산 속도로 볼 때 백신 투여 시기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한발 늦은 AI 대책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긴급 상황에 대비해 항원뱅크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AI 관련 백신 개발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H5N6형 백신은 현재 전 세계에 없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 본부장은 “H5N6형은 이번에 유입됐기 때문에 백신 개발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린다”며 “당장 착수하더라도 접종은 일러야 내년 4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는 통상 겨울에 기승을 부리는데 올겨울엔 접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AI는 지난달 17일 처음 확진 판정이 내려진 뒤 한 달여 만에 닭과 오리 1991만마리 등이 도살 처분될 정도로 빠르다. 뒤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백신 접종, 해도 고민 안 해도 고민
백신을 개발해도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국내에서 기르는 닭은 1억5649만마리, 오리는 877만마리에 이른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전부를 할 순 없고 산란계부터 접종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약 700만마리가 우선 접종 대상”이라고 밝혔다.
백신을 개발·생산할 수 있는 국내 업체는 다섯 곳 정도다. 방역당국은 백신 비용을 마리당 60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는 데 비해 민간 전문가들은 130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현장에 투입되는 한 팀이 하루에 접종할 수 있는 한계는 4000마리 정도”라며 “한국에 접종할 수 있는 팀은 현재 10개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백신 접종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백신 접종을 확정하면 잃을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용상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장은 “백신은 최후 수단”이라며 “미국도 백신만 개발해놓고 접종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체 감염 위험도 걱정거리다. 박봉균 본부장은 “백신을 접종하면 감기처럼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을 접종하면 AI 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도 정부가 고민하는 이유다.
◆‘계란 대란’ 확산
롯데마트는 이날부터 계란 판매 수량을 ‘1인1판(30알)’으로 제한하고 가격을 6500원에서 7290원으로 올렸다. 국내 산란계 6985만마리 중 19.3%인 1347만마리가 이날까지 도살 처분된 데 따른 것이다. 제과·제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반 국민은 인체 감염 가능성이 극히 낮고 현재까지 사람 간 전파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당국은 날계란 섭취가 AI 인체 감염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낮다”고 밝혔다. 다만 가급적이면 익혀서 먹으라고 당부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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