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러시아 화해무드 뒤흔든 '9발의 총성'…시리아 해법 더 꼬이나

입력 2016-12-20 19:15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총격 피살…저격범은 20대 터키 경찰

시리아 사태 놓고 오랜 갈등
올 7월 쿠데타 이후 가까워졌지만 양국 관계 개선에 차질 빚을수도



[ 박종서 기자 ] 스물두 살의 터키 경찰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는 19일 저녁(현지시간) 앙카라의 현대미술관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뒤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경호를 위한 행동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터키의 눈으로 본 러시아’ 사진전을 축하하는 카를로프 대사를 향해 권총 아홉 발을 쐈다. 카를로프 대사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알튼타시는 범행 이후 “신은 위대하다, 시리아 알레포를 기억하라”고 소리쳤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카를로프 대사를 상대로 확인 사살까지 하다가 결국 터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시리아 반군 추종자의 테러인 듯

알튼타시의 범행 동기와 배후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그가 현직 경찰로 비번인 날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터키 일부 언론은 지난 7월 발생한 쿠데타 연계 혐의로 10월에 정직당했다가 한 달 만에 혐의를 벗어 복직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알튼타시가 시리아 반군과 관계 있는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 조직원이거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 적어도 동조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테러로 수개월 동안 화해 무드를 조성한 터키와 러시아 관계를 뒤흔드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NN은 “지난 6개월간 외교 정상화에 공을 들여온 양국 노력에 위협을 가하는 일대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수세기 동안 지역 패권을 놓고 다퉈온 터키와 러시아는 시리아를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시리아 국민 대다수는 이슬람 수니파지만 정권은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잡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반(反)수니파 정책으로 내전이 벌어졌다.

터키는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로 반군을 지원했고, 러시아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 편에 서면서 반목이 심해졌다. 서방국가는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과도정부 수립을 꾀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터키는 급기야 지난해 11월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두 나라 사이는 터키 쿠데타 시도로 전환기를 맞았다. 러시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쿠데타 시도를 사전에 알려주면서다.

◆러시아·터키 화해 무드 깨지나

외신들은 알튼타시 테러가 터키와 러시아 관계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내놨다. 러시아는 터키와의 관계개선 와중에도 알아사드 정권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반군 거점인 알레포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수만명의 희생자와 난민이 발생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은 “이번 테러로 러시아가 터키를 해킹하거나, 터키와 러시아가 시리아 내 다른 지역에서 교전을 치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터키 리라화가 테러 발생 당일 장중 한때 0.8% 하락한 데는 러시아 반응에 대한 우려가 깔렸다.

두 나라는 일단 차분한 분위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대사 피격은 대(對)터키 관계와 시리아 평화정착을 방해할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터키와 러시아는 관계 정상화에 의지가 있으며 테러리스트들의 ‘미끼’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터키, 이란의 외교장관들은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시리아사태를 함께 중재하되 서방은 참여시키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외신은 알튼타시의 배후가 누구인지 등에 따라 터키와 러시아 관계가 재정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 이번 테러 사태의 파장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흘러들면서 대규모 난민 문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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