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큰손으로 올라선 '혼족'

입력 2016-12-21 09:21  



(김은정 금융부 기자) ‘혼자’ 트렌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에서 시작한 나홀로 문화는 혼창(혼자 노래 부르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캠(혼자 캠핑 가기) 등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나타난 이런 현상으로 인해 전자·유통업계도 분주해졌습니다. 1인 가구를 위한 전자제품을 발 빠르게 출시하는가하면, ‘혼족’을 위한 맞춤형 상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자 트렌드는 연말 분위기도 바꾸고 있습니다. 연말이면 각종 술 약속 등으로 떠들썩했지만 최근에는 홀로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혼자 즐길 수 있는 여행·공연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주택시장도 이같은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혼족은 주택시장 트렌드까지 바꿔놓고 있거든요. 평균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독립한 청년 가구가 1인 가구 증가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로 전체의 27.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된 젊은 1인 가구는 기존 주택시장의 공급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죠.

대표적인 변화가 월세 시장의 성장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에 비해 임차 거주 비중이 높습니다. 특히 월세 비중이 두드러집니다. 대부분 원룸 등 초소형 면적에 거주한답니다. 1인 가구 전체의 45.9%가 월세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전세(17.8%)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월세 거주 비중을 보면 2006년만해도 96만 가구에 그쳤지만 2014년엔 222만 가구로 132% 증가했습니다.

서동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한 1인 가구의 월세 비중은 과거 전세 중심의 시장을 월세 시장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임대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저렴한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1인 가구의 거주 형태도 확대될 수 있거든요. 결론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가 임대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1인 가구의 거주 유형이 기존 주택이나 오피스텔에서 벗어나 아파트까지로 확대되는 추세랍니다. 초소형 평형의 아파트가 대상이 되고 있죠. 이렇다 보니 과거에는 재건축 단지의 사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일부 초소형 평형을 분양했지만 최근에는 1인 가구 수요를 감안한 물량이 상당 부분 포함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구조도 바뀌고 있죠. 부분 임대형(세대 분리형) 아파트 공급이 늘고 있는 겁니다. 세대 분리형 아파트는 기존 대형 면적의 주택을 재건축·재개발하면서 일부 면적에 대해 현관문을 별도로 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필요에 따라 임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 부산의 한 단지에서 최초로 공급됐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거주하고 있는 주택으로 인근 지역 오피스텔이나 원룸보다 높은 임대 소득을 확보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이렇다 보니 도심이나 대학교 주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세대 분리형 아파트 공급이 늘고 있습니다. 물론 임대인과 임차인간 소음, 사생활 보호 등 아직 여러 가지 한계점은 있지만요.

1인 가구 증가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변화를 몰고 올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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