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조센터·K컬처밸리·K익스피리언스, 기업에 맡긴다

입력 2016-12-21 17:26  

문체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전면 개편

차은택 등이 개입한 문화창조융합본부는 폐지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콘텐츠기업 육성거점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정관주 1차관 사의



[ 김희경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순실·차은택 씨 등의 국정 농단 의혹에 휘말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전면 개편한다. 융합벨트 거점 가운데 K컬처밸리와 K익스피리언스 등 민간 주도 사업은 CJ 등 민간 기업에 일임하고, 정부는 콘텐츠 기업 지원과 인재 육성만 맡기로 했다. 차씨가 본부장을 맡았던 문화창조융합본부는 폐지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선임 시 문체부의 결정권을 최소화하고 후보자를 공개 검증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콘텐츠산업 지원 정책 개편안’을 발표했다.

◆문체부, 최소한의 지원과 관리만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화융성’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한 핵심 사업이다. 문화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이를 소비, 재투자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K컬처밸리, K팝 아레나, K익스피리언스 등 6개 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내년도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올해 904억원에 달한 예산이 내년에는 499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콘텐츠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는 게 문체부의 판단이다.

문체부는 우선 민간 주도로 추진 중인 문화창조융합센터, K컬처밸리, K익스피리언스는 CJ와 대한항공 등 해당 기업에 일임하기로 했다. 사실상 융합벨트의 핵심 사업은 전부 민간으로 넘기고, 정부는 최소한의 지원과 관리만 하는 셈이다.

콘텐츠 기업이 모여 있는 서울 다동의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창업지원 사업인 ‘콘텐츠코리아 랩’과 통합한다. 우선 내년에 ‘콘텐츠코리아 랩 기업지원센터’로 출발한다. 이어 사업이 완전 통합되는 2018년 콘텐츠기업 종합 육성 거점인 ‘콘텐츠팩토리’로 재편한다. 벤처단지에 입주한 90여개 기업 중심인 지원 대상을 10만여개 국내 콘테츠기업 전체로 확대한다. 다만 현재 입주 중인 42개 기업은 계약 기간을 고려해 내년 말까지 지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인력 육성 거점인 문화창조아카데미는 융합벨트 출범 이전부터 운영해온 인력양성 사업인 ‘창의인재양성’ 사업으로 통합한다. 통합 후 명칭은 ‘콘텐츠인재캠퍼스’로 서울 홍릉 산업연구원 건물에 내년 3월 문을 연다. 이곳에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 문화로봇 등 미래 선도형 콘텐츠를 개발할 인재를 양성한다.

◆콘진원장 선임 때 문체부 개입 최소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차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본부를 내년 3월까지 폐지할 방침이다. 문화창조융합본부는 융합벨트 사업의 기획·자문을 맡아왔다. 폐지하기 전까지는 감사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폐지 이후엔 새로운 콘텐츠사업 관리 주체를 문체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콘텐츠산업 지원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전면 개편한다. 원장을 선임할 때 문체부 결정권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문가가 기관장에 오를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인증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에 대한 공개적 검증과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모사업 절차도 개선한다.

한편 정관주 문체부 제1차관이 최근 사의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정 차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으로 지난 12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특검에 고발됐다.

문체부는 “정 차관이 사의를 밝혔으나 정식으로 사표 수리 절차가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21일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아직 사직 여부를 공식화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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