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주(株)가 원화가치 하락과 국제유가 상승, 신용등급 조정 등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실적·주가에 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후 2시27분 현재 대한항공은 전날보다 150원(0.52%) 오른 2만8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9월 연중 최고가(3만5800원)를 기록한 뒤 전날까지 19.27% 가까이 밀려났다.
같은 시각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대비 5원(0.12%) 오른 4295원을 기록중이다. 연중 최고가인 6090원과 비교하면 29.47% 뒷걸음질쳤다.
두 회사 주가가 부진한 배경은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항공사는 항공기 구매와 임대를 대부분 미국 달러화로 결제한다. 원화가치가 떨어질수록 손실이 생기는 구조라는 의미다.
최근 트럼프 당선, 미 금리인상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00원대에 진입하며 9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항공업계 안팎에선 원화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화 약세 흐름이 계속된다면 해외여행 수요가 줄면서 실적이 둔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의 감산 합의로 상승중인 국제유가도 부담이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사가 가장 민감한 환율과 국제유가 모두 부정적인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며 "내년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의 내부적 리스크(위험)가 남아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이달 초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0'로 한 단계 낮췄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는 20조5935억원, 부채비율은 917.3%에 달한다.
조종사 파업으로 매출 또한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이날부터 열흘간 파업을 진행한다. 이에 국제선 등 총 135편 가량이 운항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도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신용등급이 'BBB0'에서 'BBB-'로 한 단계 떨어진데다, 금호타이어 인수전 참여 여부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재무구조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항공주는 원화가치가 떨어지자 부채와 비용 증가, 해외여행 수요 둔화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우려를 받고 있다"며 "다음달까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보면서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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