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욱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60·구속기소) 모녀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와 관련, 본격 수사에 돌입하면서 삼성으로 시선이 쏠린다.
특검팀은 21일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를 압수수색하면서 삼성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특검팀은 현판을 건 첫날부터 정유라 씨(20)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내 송환 절차에 착수하면서 강도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최순실 씨의 삼성에 대한 제3자 뇌물공여와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 대가 관계 및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배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차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특검은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대가로 최 씨 측을 특혜 지원한 게 아닌지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결정한 불과 보름 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단독 면담이 이뤄진 점 등을 토대로,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와 의도를 규명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숱한 논란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때문에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당시 이 부회장 입장에서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필수 요건이었던터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번 조사에 앞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비공개로 사전 조사하기도 했다. 그런만큼 다음 수순은 이 부회장일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린다.
우선 이 부회장의 집무실도 특검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검찰 압수수색에서는 이 부회장의 집무실을 제외한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만 이뤄졌다.
이에 따라 특검에서는 이 부회장 집무실이 마지막 압수수색 대상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추가 압수수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삼성은 압수수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소환 시점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특검팀이 지난 17일 이 부회장을 출국금지한 것을 소환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이번 특검에서 뇌물죄가 입증될 경우 삼성은 이미지 실추에 그치지 않고 사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기업에게 있어 뇌물죄와 같은 부정부패는 치명적 손실로 이어진다. 글로벌 유명 기관투자가들은 부정부패 방지를 명시한 유엔 규약에서 벗어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미국의 경우 기업이 뇌물죄로 처벌받으면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둘 정도다.
이 부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혹여 형사 처벌이라도 받게 된다면 경영활동은 물론 그룹 전체 실적 개선에도 지장이 초래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단 점이다. 국민 노후 자금으로 만든 국민연금이 최씨와 삼성을 위해 이용됐다는 사실에 국민적 배신감은 불 보듯 뻔하다. 자칫 제품 불매로 번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특검에 대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협조 할 것"이라며 반복된 입장을 보였다.
한편, 특검팀은 22일 "삼성 등 대기업 총수 소환계획은 아직 미확정"이라고 밝혔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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