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파업을 하고 싶어서 하나요?"
22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의 1차 부분파업이 시작되기 전 기자와 만난 한 노조원은 이렇게 말했다. 파업을 원하지 않는 건 사측 뿐만이 아니다. 노조에게도 파업은 부담스럽고 어려운 결정이다.
그럼에도 파업에 돌입한 것은 노사간 의견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조는 사측과 임금 협상을 시작하면서 총액 대비 37%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일반노조 인상분과 동일한 1.9%를 제시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노조 측은 파업 직전 마련된 협상 테이블에서 인상률을 29%로 낮춰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 협상이 결렬되면서 조종사 노조는 22~31일 열흘간의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로는 사측과 노조 측 입장 차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수치상 입장차가 근본적 문제는 아니다. 노조 측은 "사측이 1.9%의 제시안에서 0.1%포인트만이라도 수정한다면 협상에 임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기준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 1.9% 인상되면 266만원의 연봉이 오른다. 2%가 오른다면 280만원이다. 결국 0.1%포인트, 월급 1만원 가량 입장 차이에 파업 사태를 빚은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파업으로 대한항공이 입는 피해액을 영업이익 기준 1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파업에 돌입하는 조종사 노조원들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노조 측은 "성의 없이 임하는 사측에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사측은 "조종사 노조의 일방적 파업 결정은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노사 간 '감정 싸움'에 애꿎은 소비자들은 극성수기 시즌 '항공권 구하기' 전쟁을 앞두게 됐다. 누구도 이익을 볼 수 없는 파업이 벌어졌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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