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최우선 현안인데…국회 '나 몰라라'

입력 2016-12-22 17:31  

최종석의 뉴스 view


노사 간 협상이나 교섭은 ‘분배적 교섭’과 ‘통합적 교섭’으로 나뉜다. 노사 어느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해가 되는 제로섬 게임이 분배적 교섭이다. 통합적 교섭은 노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플러스섬 게임이다. 임금 인상은 분배적 교섭, 생산성 향상은 통합적 교섭의 대표적 사례다.

분배의 틀로 보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통합적 시각에서는 쉽게 풀리는 예가 많다. 지금 한국의 노동개혁은 전형적인 분배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근로자 보호는 취약하고 기업에만 득이 되는 노동 개악이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그렇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개혁 기치 아래 국회에 제출된 5개 법안 중 근로기준법 개정안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통상임금이나 휴일·연장근로 중복할증처럼 법원 판례와 기존 유권해석이 달라 발생한 현장의 혼란을 바로잡으려는 게 이 법안이 탄생한 목적이다. 고용보험법안의 취지는 실업급여의 금액과 기간을 늘리자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과 뒤이은 노동개혁 입법이 추진된 배경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즉 일자리 문제에 있다. 경직된 임금체계,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청년실업과 고령층 일자리 문제에서 나왔다.

일자리 문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풀 수 있다. 기업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근로자는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놓고 ‘통합적 교섭’으로 접근해야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점은 노동개혁의 성과를 누리고 있는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주는 교훈이다.

우리 국회는 민생법안 처리마저 손을 놓고 있다. 9000여개 기업에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3만명가량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각종 자격증 취득을 돕는 일·학습병행 법안은 2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최저임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최저임금법안’, 유해·위험 작업을 할 때 일을 맡긴 쪽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안’도 낮잠 자고 있다. 구조조정 여파로 생기는 실업대란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는 고용보험법안도 같은 처지다.

올해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공공기관의 청년채용 의무(연간 채용 규모의 3%)를 2018년까지 2년 연장하고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 조정(현 2.7%→2019년 3.1%)한 것 정도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낡은 노동 관련법에 대한 보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마당에 다가올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해고 기준을 완화한 프랑스와 고령자 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리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인 일본에서 배워야 할 때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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