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를 진보·발전시키는 진짜 힘은 보수에서 나온다

입력 2016-12-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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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책임의 원칙과 그것의 기초인 경제적 자유가 보수의 덕목

친박·비박 '가짜 보수' 논쟁 볼썽사납다



새누리당 분당(分黨)을 계기로 진짜 보수, 가짜 보수 논쟁이 벌어진다. 탈당파들은 진짜 보수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다. 김무성 의원은 “가짜 보수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했고, 유승민 의원은 “정의롭고 따뜻한 새로운 보수를 위한 정치혁명”을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잔류파는 “탈당파들이야말로 가짜 보수요, 보수팔이”라고 비난한다.

70년 헌정사에 제대로 된 보수 논쟁을 벌여본 적도 없다. 그저 지역에 따라 이합집산한 ‘얼치기 정당’들만 존재했을 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보수가 망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망한 것은 가짜 보수다. 지금 대한민국은 보수가치를 올곧게 세우지 않고선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정신조차 수시로 부인되고 광장민심이 곧 헌법이라는 궤변이 횡행하는데 뭘 기대할 수 있겠나.

● 보수가치는 시장경제만큼이나 자생적으로 생겨난 삶과 문명에 대한 자연스런 관점이다. 역사적 보수주의자인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인류가 경험적으로 쌓아온 관행과 전통이 한 개인이나 소수집단, 한 세대만의 추상적 이성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봤다. 영국 보수당의 마이클 하워드 전 당수는 2005년 ‘보수주의자의 신념’이란 글을 통해 16가지 보수가치를 제시했다. 국민은 자신의 삶의 주인이고, 정부는 작아야 하며, 기회는 균등하고, 책임없는 자유는 있을 수 없고,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것이 골자다. 요약하면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개인의 삶을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통해 책임지고, 부족한 이들에겐 자선을 베푼다. 그렇기에 서민층에 보수주의자가 많고 지식층에 소위 강남좌파가 많은지도 모른다. 반면 보수에 대칭되는 진보좌파는 개인의 삶을 자기책임이 아니라 국가책임, 사회책임으로 본다. 나의 불운도, 빈곤도 모두 사회구조적 문제로 돌린다. 국가가 복지와 함께 도덕을 독점하고 자비심마저 국유화하고 만다. 이른바 무상복지와 무차별 복지로 간다. 경제적 자유 대신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보수가치는 법에 관한 관점에서도 진보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보수의 법 관념은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자연법 사상에 기반한다. 시대와 사회, 민족을 초월해 불변의 보편타당성을 지닐 때에야 비로소 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선출된 입법부가 제정하면 곧 법이라는 실증법 사상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무엇이든 만들면 법이 된다는 입법만능주의나 입법과잉 현상은 국회가 심각하게 왼쪽으로 기울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 친박이든 비박이든 보수가치를 구현한 정치인이 있는지 의문이다. 사회적 경제를 추구하면서 진짜 보수를 자임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한때 ‘친박’이라는 명칭이 정당명이 됐을 때의 당혹감 못지않게 ‘비박’을 내세우는 정당 역시 당혹스럽다. 워낙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이해가 일천한 탓에 정치권에선 보수가치가 희귀한 정도다.

물론 안보보수는 꽤 두텁다. 기독교 보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보수가치에 대한 토론과 숙고가 부족했다. 수구(守舊)조차 보수로 윤색하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좌익보수가 진보의 외양을 입고 활갯짓을 한다. 그래서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다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난무한 것이다.

● 문명 진보의 힘은 보수가치에서 나왔다. 합리적 낙관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보수가치는 인류 역사와 함께 누적된 경험과 인식의 확장 속에서 체화된 것이다. 그 토대 위에 근대 시민사회가 형성됐고 현대 민주체제가 정착됐다. 그런 점에서 보수가치는 역사와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다. 한국에선 자유라는 핵심 보수가치가 해방 후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듯 주어졌다. 자유에 대한 고뇌가 있을 리 없고, 자기 책임 원칙은 더 소홀히 취급됐다. 보수가치가 뭔지도 모르는 이들이 서로 가짜라고 비난한다. 껍데기들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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